비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자유롭게 적으세요
어떤 계절은 추억과 함께 온다. 장마철만 되면 지연이와의 어느 날이 떠오르는 건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연이랑 나는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지연이의 친구이자 내 친구인 하나가 중간에 없었다면 매일 중식 석식을 같이 먹는 사이는 아마 못 됐을 것이다.
고3 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오늘은 하나 없이 둘이서 집에 가야 하는데 어색하면 어쩌지’ 아침엔 비 소식이 없었기 때문에 우산은 아무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난 비 맞을 걱정보다 분위기 따위나 걱정하고 있던 것 같다.
비가 멈출 때까지 학교에서 기다리는 게 나을까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는 게 나을까 고민만 하던 중 지연이와 눈이 마주치고 동시에 입 밖으로 꺼낸 말은 “그냥… 맞고 갈까…?”였다. 이건 선택지에 없었는데 완전 좋잖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온 몸으로 맞아본 적이 있었던가?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서 20분, 둘이서 도로의 빨랫줄이 된 것처럼 다 젖어버린 옷을 걸치고 퐁당퐁당 뛰었다.
그날은 지연이와 내가 누구의 친구가 아닌 서로의 친구가 되던 날. 그 뒤로 지연이와 나는 무모한 짓을 꽤 많이 하고 다녔다. 난 아무래도 그 시절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지. 아직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