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내가 망가뜨린 물건들에게

마이너스의 손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자유롭게 적으세요

by 이시은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시절물건도 있는 듯해.


to. 내가 망가뜨린 물건들에게.

23롤에서 멈춰버린 36롤짜리 필름. 난 셔터만 눌렀을 뿐인데 고장 나 버렸지.

다리가 부러진 안경은 대체 몇 개더라. 선글라스 집만 덩그러니 남아서 주인을 기다렸을 텐데.

한쪽 나사가 빠져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 선물 받은 오르골도 있었어. 노래 참 좋았는데.

조각나버린 10년짜리 추억이 담긴 외장하드, 날아가 버린 추억들이 너무 아쉬웠어.

나랑 함께일 때 조금이나마 상처받았던 사람들, 잘 지내나요?

다들 이제라도 만나면 사과하고 싶어. 내가 손만 대면 망가뜨리는 사람이라 미안했다고.


보내지는 못한 편지를 이제라도 써서 다행일까? 다음에 만나면 잘 지내보자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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