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바깥에 봄이 피었대 얼른 나가봐. 나무 위에 팝콘이 매달렸어! 곧 우수수 떨어질 것 같아! 고작 벚꽃이 핀 것일 뿐인데도 온갖 허풍을 떤다. 꽃봉오리가 늦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재를 켰다. 늘 봐온 모습이었다. 매년 찾아오는 계절일 뿐인데 왜 저렇게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다. 또 금세 더워질 테고, 봄은 순식간에 사라질 텐데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는 괜스레 도착한 봄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만나자마자 이별을 준비해야 하니까. 예쁜 것들은 너무 빨리 사라져 버리니까.
오늘은 만우절이었다. 회사 사람들은 서로 준비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부터 가벼운 농담까지 여러 가지 색깔의 말들이 오고 갔다. 나 역시 너에게 무슨 농담을 던질지 한참을 고민하던 중 너는 내게 산책을 가자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할 얘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은근슬쩍 너의 장난을 기다렸다. 너는 이번 주까지만 직장을 다니겠다고 말했다. 떨림이 한 줄도 느껴지지 않았다. 차분한 명상을 하는 요가 스승처럼 나에게 아주 나직하게 말할 뿐이었다. 그리곤 자그맣게 쓸쓸한 미소를 얹었다. 거짓말이지? 나는 물었다. 그래, 거짓말은 너의 주특기니까. 나는 장난은 그만치라고, 재미없다며 손끝으로 너의 팔뚝을 가볍게 쳤다. 너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답했다. 날이 좋았다. 마치 농담 같았다.
너와 같이 걷고 있었지만, 점점 거리가 벌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벚꽃처럼 너 역시 금방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았다. 나는 이유를 물을까 하다가 말을 아꼈다. 아무 말도 없이 햇빛 아래를 거닐었다. 점점 더워지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너는 말이 말랐는지 갑자기 벌컥벌컥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멀리 바라보고 싶다고 했다. 무작정 고른 선택이 아니라 충분히 기다리고 준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충분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너는 봄처럼 금세 또 사라질 인간관계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삶의 변화 중 하나로 자리 잡을 테지.
"나는 네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나도 실은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던진다. 아름다운 이 계절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냉소스럽게 핑계를 대며 싫어하는 척한다. 그렇게 변화에 대한 도피가 반복되고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았다. 그러나 봄의 나날이 다시 찾아오듯 나는 이제 변화의 불가피함을 받아들여야 했다. 계절이 시작되면 새로운 무언가가 피어난다는 뜻이니까. 도망대신 그 안에서 삶의 진정한 기쁨을 찾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거짓말에 의존하지 않기로 한 나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봄의 모든 색깔과 소리, 향기를 진심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봄은 시시때때로 나를 싫어할지 모르지만, 나는 봄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