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발 Jun 05. 2020

옥상을 쓸 수 있다는 것.

서울에서 주택살이를 합니다.

주택에 이사온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고생하고, 즐거워하고 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할 말이 쌓여간다.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일에는 단점과 장점이 있지만_오늘 같이 볕이 좋은 날에는 주택 옥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진다.




30년 된 우리 집은 아파트처럼 남향에 빨래 걸이를 걸 자리가 없기에 나는 이사를 하면서 빨래를 어떡하지..라는 고민에 빠졌다. "음... 건조기를 사면되지!!! 요새 많이 쓰잖아."

그 고민은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그리고 10개월 할부 찬스로 남편이 잔소리를 하기 전에 질러버렸다.


"옥상 햇볕이 얼마나 좋은데!!"남편은 옥상에 빨래를 널면 되지 하면서 나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나는 2층에서 한 빨래를 매번 3층까지 가져가서 널고 싶은 열정(?)이 없었다. 조금 더 편하게 주택살이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부엌 한편에 놓인 건조기는 더 이상 빨래를 걸고 널지 않게 해 주었지만, 날이 따뜻해지면서 옥상의 따사로운 햇살들을 볼 때마다 왠지 날이 좋은 날에는 건조기 대신 햇살들에게 빨래를 맡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큰 이불들은 하나, 둘 옥상에 널게 되었다. 귀찮음이 있었지만, 햇빛에 빠삭 마른빨래는 왠지 모르게 희열감을 주었다고 할까.

2년이 다 돼가는 요즘 나는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면서 건조기를 거의 쓰지 않는다.

옥상의 햇볕이 너무나 따스히 나에게 계속 이곳에 빨래를 널라고 손짓하기 때문이다.

물론 널다가 비가 갑자기 와서 흠뻑 젖은 적도 있지만(나는 깜박깜박 깜박이다.), 그래도 아이는 옥상의 한편에서 놀고 따스한 햇볕에 빨래를 널면서 시작하는 주말의 아침은 너무나 상쾌하다.

잡지 속 집처럼, 으리으리한 정원은 있지 않지만, 작은 정원과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있고 한편 빨래가 마를 수 있는 그런 우리만의 옥상.  


이 정도면, 지금 행복하다.




오래된 주택을 고쳐서 살아가는  더 많은 소소한 이야기는 책_#내가 꿈꾸는 그런 집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388414?pid=123482&cosemkid=nc15906477625767728












매거진의 이전글 2년 만에 바꾼 대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