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이 이 정도 거리면.. '육아로 잠시 멈춘 나의 그림들을 전시하며, 마음이 급해지거나 불안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바꿔 말하면, 부담 없이 전시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나의 동네, 나의 삶이 펼쳐지는 곳이니까.
부담 없는 전시를 하고자 했지만, 전시 막바지에는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작업실에서 욕심을 내어 마무리할 작업을 했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너와 나의 평온한 하루, 종이에 혼합재료, 135 ×135cm, 2022'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작품이다. 곳곳에 내가 생각하는 일상의 평온함과 행복을 담았다.
(작품_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너와 나의 평온한 하루 부분)
예상대로 전시 디피를 마치고 정말 마음이 편했다.
장소와 잘 어울리는 그림들.. 기분도 좋았다.
앞으로 한주 잠시 부족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이번 한 주는 일 안 하는 엄마.. 바쁘지 않은 엄마로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엄마로 지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1 day
기대가 컸나 보다. 한주의 시작은 목감기로 시작되었다. 전시 준비의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에서 무리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아픔으로 되돌아왔다.
너무 아파서 다시 코로나인가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심하게 부은 목감기였다.
2 day
한 이틀.. 항생제를 먹으니 속은 좋지 않지만, 괜찮아졌다.
그리고 아이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원했던 엄마로서의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아이들
3 day
그리곤 다음날, 큰아이가 기침을 한다. 우리 동네 소아과 명의 선생님께 찾아가니 요즘 어린이들에게서 보이는 양상의 감기라 하셨다. 그날부터 원에 가지 않고 큰아이, 둘째 아이, 나, 이렇게. 잘 지냈다.
4 day
그다음 날, 둘째 아이가 넘어졌다. 피가 비친 상처.. 왠지 불길한 느낌.
피부과로 달려가니 꿰매어야 하는 상처라 했다. 후.........
나도 모르게 아이들 앞에서 울어버렸다.
'육아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울 시간이 없었다. 큰아이가 두 번이나 꼬매 봤기에 나는, 이미 익숙한 순서로 응급실로 향했다.
너무나 괴로운 어린아이에게 하는 수면마취_ 그리고 상처 꿰맴_의 과정을 거쳤다.
약 7시간 정도 응급실에서의 치료를 끝내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아이에게 계속 미안해하며, 그날 잠이 들었다.
나는 엄마로서 너무 자격이 없나.
나는 엄마인데 왜 이렇게 덜렁되는지.
나는 엄마의 시간이 너무 어렵다.
5 day
오늘은 아이 상처의 드레싱과 꿰맨 수술 뒤에 먹여야 하는 항생제를 챙기고, 첫아이의 기침을 확인하며, 하루를 보냈다. 집에만 있으니 나가겠다는 아이를 말리고 놀아주다가 또 아이와 실랑이를 하고, 반복.
즐겁다가 화났다가 좋았다가 웃었다가
그렇게 나의 쉼의 일주일은 지났다.
사실 나는 쉼을 보내면서, 나의 전시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다거나.. 이제껏 머릿속에 있는 그림들을 좀 더 그려본다거나 하는 '화가'의 쉼을 단 하루라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조금은.
하지만, 아이들이 있는 엄마는 나의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흘러가듯 써야 하기에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성격이 본디 덜렁거리고, 잘 까먹고, 산만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인 ADHD같기도 하다.
다행으로 그림이라는 특기를 찾아 그림은 집중하니... 그림과 함께 그런대로 나만의 삶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내가 아이를 둘을 키우면서 나의 발전을 꾀한다는 것이 참 어렵고, 욕심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이번 주 같은 상황이 많이 반복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