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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발 Feb 03. 2023

엄마의 혼자 하는 여행_
Part1. 여행의 준비

her 

둘째 아이를 낳고, 다시 일을 하고, 일이 끝나면 바로 다시 돌아와 나 대신 아이들을 케어하는 엄마에게 죄인이 되어서 아이들을 찾아오고, 나의 판단으로는 남편의 나쁘지 않은 남편이었지만, 그래도 평일 육아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나는 바보 같게도 사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의 일은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남편보다는 엄마인 내가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내 딴에는 남편을 배려했었다. 


내가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낀 건, 부산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KTX를 타고 돌아와 너무 피곤하다고 아이들을 모른 체하고 방으로 들어가던 날이었다. 나는 그때, 단순히 '아 남편이 힘든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멀리 다녀왔고, '밖에서 일을 하면 힘드니 쉬게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의 나는 아침에 일하고 오후에는 온전히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내 일 보다는 풀타임으로 회사에서 일하는 남평의 노동강도를 더 힘들다는 전제하에 배려해 줬다. 


그리고 내가 오전에 수업을 하고,  일 때문에 잠시 춘천행 기차를 타고 돌아온 날. 나는 기차에서의  두 시간(왕복으로 두 시간이다.)의 혼자 있음이 너무나 휴식 같이 느껴졌다. 기차를 타고 오는 일은 두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야 하고 케어해야 하는 육아의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 편하고 안락했다. 

그런데.. 기차를!!! 타고 와서 힘들다고 했다니.. 배신감이 몰려왔다. 



"하.. 남편 너 그럴 수 있니"



옛말에 '일 할래 애 볼래.' 하면 일하러 간다는 말이 있다지.. 왜 나는 그 말을 알면서도 아이들을 보면서 일하는 나의 노동강도를 폄하하며,  남편은 힘드니 내가 한다는 슈퍼 맘을 꿈꾸며 지냈는지.. 진짜 헛웃음이 났다. 



뭐.. 그렇다고 슈퍼맘도 아니었다. 날이 갈수록 세지는 두 아이 육아(나의 큰아이는 병설 유치원 졸업생으로 현재 두 달 방학이다.)로 너무 지치는 나는, 아이들에게도 짜증이 많아졌고 나를 갉아먹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예전보다 더 많이 했었다. 

 최근에 함께한 지인들에게서 내가 너무나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나'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육아 멘토인 한 언니는 '소현아 넌 지금 충분히 지쳐있어.. 번 아웃이야. 혼자 좀 있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뭐 너무 부정적이었기에 병원을 권하는 이도 있었다.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 


내가 사랑했던 그런 시간을 내가 가져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아이의 방학으로 아침마다 주기적으로 아이들과 씨름을 하던 어느 날(나의 둘째 아이는 25 개원 아직 원에 더디지 않고 친정엄마와 가정보육 중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했다. 

상상만 해도 신나는 혼자만 있는 시간... 


우선 내가 일하면, 둘째 아이를 케어해 주는 항상 미안한 우리 엄마.. 엄마에게도 쉼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산의 (아이들을 늘 그리워하지만 떨어져 있어서 자주 못 보는) 시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했다. 일주일만 서울에 오셔서 아이들을 봐달라고.. 일주일만 내 할 일과 쉼을 쉬고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님은 언제나 나의 편.. 2월 중에 일주일 서울에 오겠다고 했다. 

(이제, 이 일주일 동안 친정엄마도 방학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렇게 스케줄이 잡혔고 나는 우선 내가 일주일간 정확히는 6일간, 머물 숙소를 검색했다. 

좋은 호텔도 고려해 봤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물색했다. 왜냐하면, 호기심이 생기는 다른 숙소들을 둘러보면서 영감을 느끼고 배움을 가져오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남편에게 통보했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배신감, 서운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경상도 남자, 그의 장점은 남의 감정을 인정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막지 않는 것(박수까지는 쳐주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이었다. 


뭐, 어머님과 이미 협의된 일이라 하고, 

내가 추후 추석에 그가 하자는 대로 큰집 시골에 가는 것을 조건부 삼아 나의 혼자만의 여행은 추진되었다. 



그 여행이 오늘부터 시작이다. 

잘_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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