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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만나기 전의 나의 그림에는..

D_day 5 그리고 4일

by 이소발

어제는 육아의 홍수 속에 전시 준비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마음으로요.


거실의 한편에는 아직 마무리 못한 그림이 있지만,, 오늘 하루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불안한 마음을 뒤로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잠이 들어서 벌써 수요일이 되었습니다.

어제가 디데이 5일..


이제 전시는 4일 남았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어는 '엄마'입니다. 제가 엄마를 그리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엄마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엄마가 되겠지만, 가장 보통의 방법으로 말하고자 합니다.


엄마가 되는 아이를 임신하고, 10달을 한 몸이 되었다가

아이는 나와 다른 몸이 되어, 나에게 육아라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그 육아라는 시간이 앞으로 내 감정에, 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모르고, 마냥 설레기만 합니다.


그때의 그 설레는 마음을 담아서 그린 두 작품을 먼저 소개합니다.





꿈에서 본 산책길, 종이에 혼합재료, 20x20cm, 2015

_위의 분홍과 보라가 어우러져 있는 작은 그림은 제가 첫 아이를 가지기 전에 문득 어린 남자아이와 노니는 꿈을 꾸고는 그린 그림입니다. 아이를 임신하지 한참 전에 꾼 꿈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어쩌면 미래를 해준 꿈일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꿈에서 저는 아이와 너무 평화롭고 안온했어요. 마치 이 그림처럼요..


현실 육아의 시작을 그때는 알지 못했기에 이런 예쁜 면만 보이는 꿈을 꿀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 나는 너같은 꼬마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꿈을 꿨거든. 이상하지..?

이 그림은 말이야 네가 태어나기 전에 그린 그림이야.

정말.. 신기하지? 나도 그래.











나의 보물, 72× 32cm, 종이에 혼합재료, 2020



_이 그림은 제가 첫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아주 가끔씩은 거친 육아의 현실에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그런 감정 속에서 아이에게 죄책감이 들다가.. 기분이 나아질 때 떠오르던 희망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그린 것입니다.


어떤 평론가분이 이 그림을 보고 커튼이 열리는 것 같다고 해석해 둔 글을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해석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의도로 그린 건 아니지만.. 다시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의 새로운 장을 나도 모르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https://m.blog.naver.com/camille0901/223487441307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 그 일은 저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새로운 장의 인생이었습니다.


저도 산후에 조금의 우울증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것을 펼쳐내기보다는 그 우울감을 마음속에 누르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감정이 터지고.. 괜찮아지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괜찮아질 때에 아니 괜찮아지고 싶을 때 늘 아이가 내게 처음 안겼던 그날을 생각하고는 했어요. 그러면 모든 감정이 다 좋아지고.. 보물 같은 아이의 존재를 다시 느끼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파도 같이 일렁임 속에 떠있는 모성애를 표현했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요? ㅎㅎ


아무튼 그런 감정이 담긴 뒷모습을 그린 그림이랍니다.





솔직히 말하면 너네가 태어나서 엄마가 된 나는 좀 고됐어. 처음 하는 엄마라는 역할이 쉽지 않더라고. 하지만 매일 밤에 반짝반짝 빛을 내던 너네를 보면서 이 고됨을 있었지. 너네는 정말 나의 보물이야.















이번 전시에는 주제어가 '엄마'이기에 저의 과거 그림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어서(이 그림들도 전시될 예정입니다.) 먼저 이 그림들을 설명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내일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그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그럼 see you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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