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솔 Sep 15. 2019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거리 이야기 2

서울 골목길

국립민속박물관 6070 추억의 거리

빌딩 숲 우거진 서울 한복판,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에 추억이 피어나는 거리가 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정겹다. 국립민속박물관 담장 아래에는 어린 시절을 그리는 말뚝박기 놀이가 재현된다. 지금은 이런 놀이를 하지 않을 것 같은 꼬마도 엎드린 등에 올라타 본다. 

정문에 들어서면 전통마을이 펼쳐진다. 근·현대 거리에서 시대의 생활상을 만난다.  장승과 돌탑이 서 있다. 1848년에 지어진 경북 영덕군 영해면 원구리에 있던 가옥을 옮겨와 복원한 오촌댁과 효자각,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전통마을은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서울 근대 거리의 오래된 사진관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작은 리어카에서 말타기를 하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맑다.

고향 집밥이 그리운 국밥집, 설레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렸던 다방, 만화방, 이발소, 의상실 등 거리를 걸으며 1960~1970년대를 아련하게 추억할 수 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소녀들, 70년대 교복 복장을 한 가족들, 복고풍 양장을 차려입은 숙녀들이 고즈넉한 풍경 속에 젖어든다.  방 한 귀퉁이에 세워 놓은 추억의 앨범이 한 장씩 넘어간다.      


아날로그 향수가 흐르는 계동길

서울의 근대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북촌에는 수십 년을 살아온 토박이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삼청동, 가회동, 원서동, 계동, 이 네 갈래 길 가운데 계동길은  북촌의 색깔과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 198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계동길의 가장 높은 언덕에는 서울중앙고등학교가 있다. 중앙고등학교 정문 밖으로 곧게 뻗은 길은 현대 계동 사옥까지 이어진다. 중앙고등학교에서 계동길 추억 여행을 시작한다.  날마다 이 교정에 등교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고풍스러운 중앙고등학교는 벽돌로 지은 근대식 건물이다. 

 일제강점기 구국정신으로 설립된 학교는 많은 역사를 담고 있다. ‘3.1 운동의 책원지’라고 새긴 기념비와 6.10만세기념비, 3.1 기념관이 중앙고등학교 내에 있으니 말이다. 이곳은 일본에서 한류의 붐을 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일제강점기 구국활동의 발원지였던 곳이 드라마 속 장면으로 등장하는데, 그 드라마는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런 역사의 반목이 아이러니하다.


학교 정문 밖으로 나서면 아날로그 향수가 묻어나는 계동길로 이어진다.  1980년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변화가 빠른 서울에서 계동길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오래된 문방구는 피자가게로, 목욕탕은 세련된 안경점으로, 소아과는 옷가게로 바뀌었다.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가게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고소한 깨소금 냄새를 풍기는 참기름집, 세월의 때는 벗기지 못하는 세탁소, 참새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떡방앗간, 흑백 필름으로 촬영과 인화까지 해주는 흑백 사진관, 오래된 분식집이 늘어선 거리는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정겨운 간판이 하나둘 사라져 가도 ‘응답하라, 1988’의 세트장처럼 마을을 묵묵히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어 골목의 역사는 계속 이어진다.     


익선동 한옥마을

익선동은 인사동과 북촌, 낙원상가, 종묘 한가운데 있는 한옥마을이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익선동 한옥에는 서민들이 주로 살았다. 요정과 한복집이 많았다. 1970~1980년대에는 정치 1번가이기도 했다. 12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익선동은 북촌 가회동보다 일찍 마을을 일구었지만 서울의 마지막 한옥마을로 지정됐다. 

낡은 공간 안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소외되었던 익선동 한옥마을도 달라졌다. 오래된 한옥은 카페와 음식점, 수제 맥주 펍으로 변신했다. 비디오 감상실, 만화 가게 등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상점들도 들어섰다. 개조된 한옥에 진열된 소품 하나하나에서 과거의 향수가 묻어난다. 추억 여행을 하고 싶은 어르신부터 빈티지에 열광하는 젊은이들, 거기에 외국인 관광객까지 익선동을 찾아오니 익선동의 주말에는 좁은 골목이 더 비좁게 느껴진다.

골목은 세월의 흔적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하지만 다른 한옥마을과는 사뭇 다른, 익선동이 만들어낸 고유한 정취 때문에 골목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이전 01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거리 이야기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