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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Aug 04. 2018

고풍스러운 작은 교토 다카야마

기후 현

히다 후루카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카야마는 히다 후루카와보다 전통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곳이다. 히다 후루카와가 교토 외곽의 아기자기한 마을 같다면 다카야마는 교토의 중심지 같은 느낌이다. 히다 후루카와와 함께 ‘쌍둥이 작은 교토’로 불리는 다카야마를 걷는다. 교토의 기온 거리처럼 전통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마을은 교토보다 한적해서 돌아보는 내내 마음이 넉넉했다.


다카야마는 고산(高山)이라는 뜻으로 주변에 높은 산이 많다. 거리에서 커다란 배낭을 메고 트래킹을 온 외국인들을 종종 볼 수 있었던 이유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온다. 그래서 근처에는 스키장도 많다. 마을은 미야가와를 중심으로 목조 가옥들이 늘어서 있다. 에도시대 상인들이 많이 살아서 상업 중심지로 번창했다.


16세기부터 시작된 다카야마 마쓰리는 일본 3대 아름다운 축제로 꼽힌다. 다카야마 마쓰리는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리며 봄에는 히에 신사, 가을은 사쿠라야마 하치만구가 중심이 되어 펼쳐진다. 히다의 전통적이고 세련된 조각을 새긴 야타이(수레)와 정교한 꼭두각시 인형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흥겨운 축제를 벌인다. 거리 곳곳에 세워진 미니 야타이가 마쓰리 열기를 짐작하게 한다.       


전통 상점 거리, 후루이 마치나미 

400년 전 에도 문화와 교토 문화가 어우러진 역사 깊은 거리 후루이 마치나미는 일본의 ‘주요 전통건물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가옥 대부분이 에도 시대의 전통가옥으로 짙은 갈색의 건물이 늘어선 거리는 정돈된 느낌이다. 가옥들은 양조장, 전통 생활 소품점, 카페, 레스토랑 같은 상점들이 대부분이다. 기후 현 북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고 한다.


거리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군것질도 많다. 히다규가 유명한 지역이니 히다규 스시를 파는 상점 앞에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진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닌데, 지역의 명물이라 여행자들에게는 참새와 방앗간 같은 곳이다.  


상점 거리에는 주조장이 많다. 주조장을 통째로 싸들고 오고 싶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사케가 있다. 이들의 영업 전략이라고 해야 할까. 300엔짜리 작은 사케 잔을 사면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시음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부터 낮은 술까지 지금껏 다녀 보았던 주조장 중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사케를 볼 수 있었던 곳이다.

특히 서양인이 많았는데, 스페인어를 쓰는 한 남자는 잔을 들고 돌아다니며 연신 시음을 하다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그들에게 사케는 어떤 맛으로 느껴질까. 과일 향기가 나는 화이트 와인 같은 느낌일 수도 있겠다. 여러 종류의 사케를 시음해 보고 알코올 농도 16도, 첫 맛보다 뒷맛이 진하면서 묵직한 곡향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준마이다이긴죠 한 병을 사들고 나왔다.

거리에는 오후의 햇살도 물러가고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는다. 건물은 더 운치 있는 빛을 낸다. 격자무늬가 드리운 가옥의 창에 불이 켜진다. 6시가 되면 상점도 모두 문을 닫고 사람들도 흩어지는 소도시에 적막한 기운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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