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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지 Jan 04. 2022

초록선을 따라가면

길치에게 내린 한줄기의 빛

'지도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낭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바닥에 형광 초록색 페인트로 그려진 선을 발견할 수 있다. 시작도 끝도 가늠할 수 없는 이 선을 처음 발견했을 땐 누군가의 낙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시 어딜가나 보이는 초록선의 정체가 갈수록 궁금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선의 정체를 알게됐다.

낭트의 '그린 라인 Green Line'이라 불리는 이 선은 바로 '관광로드맵'이다.

낭트관광청에서 기획한 이 그린 라인은 낭트의 명소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스폿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 바닥에 그려놓은 것이다. 도심을 가로질러 포도밭까지 이어지는 총 22km의 녹색 선. 이 선을 따라가면 낭트의 유명 관광지 뿐만 아니라 낭트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침대에 누워 지구 반대편의 골목까지도 구석구석 볼 수 있는 21세기에 이런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라니.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기도했다. 관광객들은 지도가 없어도 이 초록선을 따라가다 보면 낭트를 대표하는 장소들을 모두 돌아볼 수 있다.

낭트 관광청 홈페이지

낭트 관광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린 라인 루트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각 번호들이 표시된 곳에는 장소에 대한 설명이 적힌 표지판이 있다. 덕분에 지도가 없이도 이 선을 따라다니며 여행할 수 있다디지털 맵이 아닌 거리에 직접 라인을 그려 관광루트를 표시하는 방식이 예술도시 낭트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길치인 나에게는 한줄기 빛과도 같았던 낭트의 그린 라인. 초록선을 따라서 낭트 방방곡곡을 누비다보니 낭트라는 도시가 브랜딩이 잘 되어있다고 느꼈다. 장소가 가진 아이덴티티를 언제나 어디에서나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서 낭트만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최근 기발하고 트렌디한 콘텐츠들로 주목을 받은 한국의 관광청을 보며 관광청의 역할은 단순히 지역의 홍보가 아니라 지역의 브랜딩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는 왜인지 정형화되고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있던 관광청이었는데 (특산품을 어설프게 의인화한 캐릭터라던지, 아무 데나 얹어놓은 전통문양, 아주 잘 찍힌 음식 사진과 풍경사진 같은 것들 말이다.) 관광청의 홍보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재밌다.

낭트 시내의 초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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