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이 알바에 진심이라면...
학교, 지역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관찰을 기록합니다.
미국 학생들의 생활을 얘기할 때 스포츠를 열심히 한다는 것, 클럽활동, 봉사활동이 대학 입시에 중요하다는 것 등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고등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미국에서는 그냥 part-time job: 아르바이트라 하면 모름)를 하는 모습을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는지 말하는 곳은 드문 듯하다.
Bureau of Labor Statistics에서 발표한 고등학생 중 일을 하는 학생은 22.5% (2024년 8월 기준)
여름방학 동안(summer job) 일을 하는 고등학생 비율은 38%라고 밝히고 있다.
이 숫자는 조사하는 단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전국 평균 수치라면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이유가 지역, 환경, 학교에 따라 상황은 많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 학생들은 일하는 수가 드물 것이고 기숙학교 학생들도 일을 하진 않을 것이며 특성화 고등학교 또는 입학시험을 치르고 들어가는 일명 명문고등학교도 일을 하는 학생수는 거의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보통의 일반 공립고등학교 학생들이 일하는 비율이 가장 높을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아들이 학교를 다니던 무렵 (2019년 졸업) 이 지역의 공립학교엔 일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최소 40-50%는 된다고 짐작했다. 물론 아들이 어울리는 그룹의 아이들이 더 많이 일을 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은 대학입시가 중요한 상위 그룹의 학생들이었다.
아들은 10-12학년까지 3년 동안 지역 도서관에서 일했다.
한 친구는 아버지가 대학학장이신데 아들이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치우는(busboy) 일로 시작해서 웨이터가 되고 한 곳에서 고등학교 시절 내내 일하는 것에 불만을 표현하지 않으셨다.
또 다른 친구는 아버지가 약사이신데 아들이 쇼핑몰에 있는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주말에 일하고 주중에는 가라데 도장 사범 보조로 일하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셨다.
하버드를 졸업한 아버지도 딸이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할애하는데 의의가 없었다.
내가 본 것이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마디로 많은 고등학생들이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래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등학생들이 하는 일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18세 이하의 학생들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허가증(minor work permit)이 필요한데 이것은 주로 지역 고등학교 사무실에서 발급해 준다. (필요한 서류는 출생증명서와 부모사인)
미국고등학생들이 주로 하는 아르바이트의 종류를 살펴보면
학기 중(년 중 내내) 하는 일
-패스트푸드 음식점 외 지역 대부분의 자영업 가게
-레스토랑: 테이블 치우기, 설거지, 웨이터
-슈퍼마켓: 쇼핑카트 제자리 갖다 놓기, 물건 담아주기
-베이비 시터
-과외
-도서관
여름방학에 주로 하는 일
-수영장: 라이프 가드
-잔디 깎기
-서머캠프 보조교사
-골프장 캐디
그럼 그들은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할까?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이 공부만 하기도 바쁜 시기에 한주에 단 몇 시간이라도 일을 하는 것이 입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부모 된 입장에서 당연히 걱정이 되었다. 한데 말릴 수 없었던 이유가 본인이 하고자 했고 친구들이 일을 하는데 혼자 공부만 하는 것은 안 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한국에서 다른 학생이 학원 가는데 나만 안 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미국에서는 고등학생 때 일하는 것과 저학년 때 서머캠프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뒤늦게 깨달은 것은 고등학교 때 일을 했다는 것이 오히려 대학입시에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다. 일은 그저 용돈 몇 푼 버는 것쯤으로 여겼다.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일을 하는 것도 다른 extracurricular와 다르지 않고 오히려 일을 하면서 성적을 유지한다는 것은 책임감, 시간활용면에서 당연히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전체를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고등학생이 일을 하는 것이 대학입시에 무조건 좋다고 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국은 엄청나게 넓다. 게다가 옆 학교와도 다른 점이 많다. 같은 대학에 지원을 하더라도 입시설명회는 각자 자기가 다니는 고등학교 안에서만 해결한다.
(입시컨설팅하는 사람에게 의뢰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극소수만 이용)
명문대학을 가는 비결이 난무하지만 실제로 수백만명의 학생 개개인의 경험은 모두 달랐을 것이고 내 아이와 똑같은 조건을 가진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내 아이에게 진짜로 좋은 것에 대한 답이 멀리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미국에서 학부모로 지내는 동안의 깨달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