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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룸과 커뮤니티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미국 공립중학교 운영방식 2가지

by 이순

학교, 학군, 주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관찰을 기록합니다.




미국초등학교에도 담임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중학교부터는 교실을 이동하는 수업을 한다. 모든 학생이 각자 자기 수업스케줄에 따라 수업을 듣는 것이 중학교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중학교는 초등학교에 비해 학생수도 엄청나게 많고 학교도 넓고 크다. 이때 학교가 학생들이 잘 적응하도록 돕는 시스템으로 여겨지는 두 가지가 "홈룸"과 "커뮤니티"의 운영이다. 이것은 중학교에만 있다.


(수업시간표: Homeroom 시간은 1교시 후에 있음)

<홈룸:Homeroom>

"홈룸"은 정해진 교실(교실번호와 그 교실에 상주하는 선생님을 각 학생에게 정해줌)에 가서 '아침조회'를 하는 것쯤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홈룸시간은 10분간이며 아이가 다닌 학교에서는 1교시가 끝나고 2교시 시작 전에 홈룸에 들렀다.


이때 홈룸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전체적으로 공지할 사항들을 다시 한번 주지 시키고 그 외 전달사항이나 제출해야 할 서식등을 나눠주고 회수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소해 보이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출석은 모든 과목의 수업시간에 별도로 체크되므로 홈룸 선생님은 상관하지 않는다. 결석을 할 경우에는 학교(출석을 관리하는 사무실)에 전화로 학년과 이름, 결석하는 이유를 오전 10시 전에 남겨야 한다. 홈룸선생님은 누가 왜 결석을 했는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초등학교에서 담임선생님과 모든 것을 함께 하던 것에서 갑자기 교실도 이동해야 하고, 담임선생님도 없고, 카운슬러와는 아직 친분이 쌓이지 않은 상태일 때 홈룸선생님이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학생들에게 아주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되었다.




<커뮤니티 또는 네이브후드:"communities & neighborhoods">

이 명칭은 학교시스템에서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다른 학교에서 비슷한 형태로 선생님들이 그룹별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을 듣긴 했지만 부르는 명칭은 모두 다른 것 같았다. 학교에 따라 주로 "커뮤니티" 또는 "네이브후드"라고 부른다. 특별히 학생이 많은 중학교에서 볼 수 있다.


아들이 다닌 학교는 7개의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하나의 중학교로 모였기에 갑자기 학생수가 너무 많아졌다.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년에 80명 내외였던 학생수가 중학교에 가서는 한 학년에 약 600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다. 소심한 아이라면 학교 적응을 걱정해야 할 만큼 학교생활에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순간이다.


학교는 "커뮤니티 또는 네이브후드"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4개의 그룹(구역)으로 학생들을 나눈다. 4개의 그룹은 색깔(예를 들면, 레드, 그린, 블루, 옐로 등으로)이나 동물이름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레드 커뮤니티" 또는 "타이거 네이브후드" 등으로 부른다.


한 학년의 총 학생수가 600명이라면 150명씩 나눠서 관리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각 그룹은 주요 활동(주요 과목 수업을 기준으로) 범위가 정해진다. "레드 커뮤니티"의 학생들은 "동쪽" 교실에서만 주요 과목 수업을 받도록 정해놓는 것이다.


각 "커뮤니티"는 주요 과목(영어, 수학, 과학, 사회) 선생님 4명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교실 배정도 각 커뮤니티별로 주요 과목 교실 4개를 모두 옆(붙어있는) 교실로 정해준다. 예체능 수업만 먼 거리를 움직이면 된다. 선생님들은 자기 커뮤니티의 학생 모두를 지도한다. 우수반도 보통반도 같은 과목이면 같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이다. 4명의 주요 과목 선생님은 자신이 맡은 커뮤니티의 학생들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통솔할지를 같이 의논한다. 커뮤니티의 팀워크를 위한 이벤트를 마련하여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수시로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다른 커뮤니티팀들과 스포츠 경기를 한다. 이미 커뮤니티가 정해져 있으니 팀이 나눠져 있어 한 학년 전체에서 어떻게 팀을 나눌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런 모든 과정이 학기가 시작되기 전 반편성 과정에서 커뮤니티를 먼저 정한 후 시간표가 배정되었다고 추정된다. 결국 무작위로 학생들을 반편성 했다기보다는 어느 초등학교 학생들을 어느 커뮤니티로 분포가 되게 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도움이 되는가를 감안한 반편성이라 사려 된다.


특이한 것은 학년을 마칠 때 종업식도 각 커뮤니티별로 따로 한다는 것이다. '레드 커뮤니티'의 종업식은 수요일 오전 11시에 하고 '블루 커뮤니티'는 오후 2시에 한다. 그리고 다른 두 커뮤니티는 다음날 종업식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같은 학년이면서도 같은 커뮤니티가 아니면 예체능 시간에나 겨우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학생이 많은 큰 학교에서 "커뮤니티(그룹)"로 나눠서 학생을 관리하는 것은 학생들이 선생님과 친분을 쌓기도 좋고 혹시나 염려가 되는 왕따나 폭력 같은 걱정을 덜어주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는 아무리 학생이 많아도 홈룸이나 커뮤니티로 학생들을 챙기는 일은 더 이상 없다. 고등학생들은 각자 알아서 할 수 있을 만큼 자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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