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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100번째 글

by 제니아

100번째 글

나는 숫자 100을 좋아한다.

100은 99보다 크고 101보다 작은 자연수. 합성수로 소인수 분해하면 2² × 5²이다.

시험점수는 100점이 만점이다.

한 세기(世紀. century)는 100년을 기준으로 한다.

정확한 숫자 100이 아닌 관용적인 의미로 모든 가락을 채웠단 뜻, 따라서 100이라는 숫자에는 완전, 완벽, 성숙이라는 의미를 담기도 하고 전부나 모든 가락으로 세야 하는 셀 수 없이 많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단군신화에서도 100이라는 숫자를 볼 수 있다. 호랑이는 도중에 뛰쳐나왔고 곰은 100일을 잘 견뎌내어 ‘웅녀’라는 이름의 여자가 되었다.

아기의 백일(百日)잔치는 100일 동안 건강하게 성장한 아기를 축하하며 아기의 앞날을 축복하는 날이다.

100의 의미를 헤아려보자. 100은 완벽의 의미다.

작년 6월부터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한 내 글이

이제 100번째다.처음 시작은 단순히 습작 수준이었다. 한없는 가벼움이었다.

내 글을 보는 지인들이 ‘보고서인 양’이라고 했을 때 ‘보고서라고?’ 나는 내심 서운해 하면서도 나의 지나온 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합평을 위해 줌 앞에 모인 지인들이 배경 설명을 요청했을 때 ‘그러게요.’ 라며 그만큼 단순하지 않은 시간임을 은근 피력했다. 쓰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시간 이었다.

100번째 글에서 누구는 출판 제의를 받았다고도 하고 누구는 관심 작가가 되어 어마어마하게 구독자가 늘어가는데 나는 스무 명 남짓의 구독자와 30여개의 라이킷에 만족하며 내 생각을 기록해가는 중이다. 글재주의 정도는 언젠가 다시 쓰임이 있을 때 다시 한번 정서를 하리라는 나와의 약속으로 적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단일 글이 단 이틀 만에 조회 수가 1,000회를 넘어가는 건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글이 좋은가? 아니면 노출이 잘 된 덕분인가? <바야흐로 봄나물 시대>는 내게 자신감을 안겨 준 글이다. 작년한 해, 그리고 올해. 이리 좋아도 되는가 싶은 날들이 계속됐고 그때마다 소회를 적은 글들이 늘어갔다. 전통주를 빚는 과정을 적고 오랜만에 방송대 리포트를 쓰면서 행복해했고 어렵사리 노노생도가 되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활동들이 계속되는 감회를 기록했다. 모든 일상을 새벽 성당의 기도로서 시작해 전례의 소소함을 적기도 했다.

오로지 내 글에 작은 의미가 담기도록 노력했다.

오늘로써 나는 100번째 글을 경건한 의식과 함께 발행한다. 그건 내게 의미 있는 일이다. 혼자서 묵묵히 가자는 의미의 격려요 자축하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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