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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지키고 지금을 따라가야...

by 제니아

처음 전례단원이 되어 독서와 해설을 하던 신입일 때는 신부님과 참석한 신도들만을 의식했으나 그밖에 의미가 더 있다는 것을 안다. 미사를 잘 마친 후 귀로에서 만나는 여명의 장엄함이요,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그것이다.


그 시절 '전례 10년이 다 돼가지만 마음이 긴장되긴 마찬가지’라고 내게 말씀하신 분은 지금도 꿋꿋이 계속하신다.


그나 이번 달부터 교본과 신부님의 진행은 물론 ppt자료까지 모니터에 넘겨가며 진행해야 한다고 하니 그 무게감이 더하다. 특히 우리 세대는 기계치를 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해 내야 한다.

누구는 더 이상 그만둘 때라 생각한다지만 고비를 넘기고 익숙할 때까지는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오늘 오전, 연습을 위해 모인 전례단원을 위해 주임신부님이 먼저 시연하시고 단원들이 돌아가면서 한 번씩 교대로 노트북과 조우한다.


돌아오는 길, 사진파일로 포트 끼우는 법, 모니터 켜는 법, USB파일 찾기, 되돌리는 법, 뒤돌아가는 법등이 단체카톡에 올라오는데 글쎄 사무실에서 노상 하던 것이고, 집에서 TV채널 돌리기다.

이런 글을 읽는 분들은 파안대소할 일이나 우리는 교본과 신부님을 바라보며 멘트를 진행하기에도 진땀 나는 상황이라 거기에 마우스포인터를 하나 더 쥐어주니 죽을 맛이다.


오후엔 40일 동안 담가놓은 메주가 베란다에서 잘 우러나 장된장을 가르기로 한다. 우리농에서 메주가루를 사고 찹쌀밥을 짓고 메주콩을 삶아 찧어서 소금간 해둔다.

항아리의 메주를 잘 건져내 대야에 담아 잘 치댄다. 그 위에 준비한 재료들을 잘 섞어 까나리액젓과 소금과 집간장으로 농도를 맞춘다. 위쪽은 약간 질게 아래쪽은 꼬들하게 항아리에 담고 다시마로 덮어준다. 꾹꾹 잘 눌러 담아야 한다. 이것은 온전히 일 년을 익혀낸 후 내년 이맘때 집된장 역할을 해 낼 것이다. 항아리에 날짜도 기입해 둔다.


간장은 고추씨 다시마 사과 양파 건표고등을 넣어 끓이고 작년 집간장을 섞어 한번 더 끓여 식힌다.

작년 간장은 소금결정체가 하야ᇹ다. 경험하건대 선물 받는 이는 된장도 반기지만 의외로 간장도 좋아한다. 하기사 어디 가서 집간장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육개장이나 미역국을 들통에 끓일 때 새우젓과 액젓 그리고 집간장을 이용한다. 그 깊은 맛이 일품이다. 나의 이러한 수고는 또 한 해 동안 우리 집 음식에 요긴하게 쓰이고 때마다 예쁘게 포장하여 선물로도 쓰인다.


‘간단히 사 먹으면 될 것을’ 그러지 못하는 것은 작은 노력으로 옛것을 지키고 이어받아 전수하려는 것이요, 오전의 회합처럼 지금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숙명이다. 즉 묵은 며느리 역할을 계속하는 시어머니가 새 며느리를 이해해야 하는 이중 딜레마를 안고 사는 것이다. 그나, 비유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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