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맘이라는 게….
어둠이 살포시 내려앉은 아파트 숲을 올려다보며 성당 전례 회합에 참석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회합이 군기가 잔뜩 들어 있는 의무감이다. 빙 둘러앉은 단원들 사이에 반가운 인사는 오가지만 과도기인지 소소히 바뀌는 규정이 많아서 따라가기가 버겁다. 이런 때일수록 나만의 패턴으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의 새벽 미사에 전례 당번을 맡아 계속한 지가 올해로써 10년이다. 나이는 무시하지 못하는 것인지 달력의 당번 일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회합 도중에 진동상태인 폰이 자꾸만 울린다. 낮에 챙겨 보낸 ‘전통주를 잘 받았다’라는 답례 글이고 ‘가능하면 통화하자’라는 친구의 연락이다. ‘잘 됐군! ‘사실 난 어제부터 자랑하고픈 걸 못내 참고 있는 게 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해서는 안 되는 것의 목록에 돈 자랑과 자식 자랑을 하면 안된다는 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친정엄마는 당신 자식들의 자랑거리를 한 마디도 입 밖에 내지 못한 경우이셨다. 자랑을 듣는이의 자식이 그만 못하면 실례가 된다며 그리도 자랑거리가 많았던 우리 얘기를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한 채 남의 자랑만을 들어주던 답답한 상황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기회에 아들 자랑을 해야겠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에게 마땅히 자랑할 만한 곳이 없는 건 사실이다. 즉 가깝지 않은 곳에는 자랑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정작 내 친구들도 아들들이 살기가 녹록지 않은 걸 아는지라 입을 다물어야 했다.
애꿎은 인터넷 기사에 ‘대기업 과장 연봉’을 검색하거나 ‘00 반도체 성과급’이나 ‘과장까지 걸리는 시간은?’을 가늠하면서 빙그레 웃을 뿐이다 .
더구나 직장에서의 꽃이 승진인 것은 알지만 직급에 따라오는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익히 알기에 부모로서 마음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많이 힘들어지냐.’는 물음에 막 사원 같지는 않겠으나 ‘이미 하는 만큼일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라는 믿음직한 멘트이다.
‘월급만 오르고 행복은 지금 이대로!’를 외치며 축하해준다. 지금 이대로를 즐기자.
그래도 전화한 친구에게는 자랑해야지. ‘너희 아들 좋은 일 있을 때 가장 먼저 내게 알려라’를 먼저 말하고 ‘자식 자랑이니 프리지아 한 다발 보낸다.’라며 시작을 했더니 반색을 한다. 역시 마음이 좋다. 그래도 은근 당신친구와의 통화에 기술적으로 넌지시 한마디를 얹는 남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난 턱을 내며 간신히 자랑하지 않는가.
허나 어떻든 좋다. 인생의 걸음걸음에 별다른 착오 없이 잘 지내왔던, 직장따라 분가한 아들이 커다란 과일바구니와 함께 승진 소식을 안고 왔다. 부모로서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욕심은 한이 없다.
‘아들! 장가 못 간 대기업 과장은 매력 없어!!’
'그래도 온전히 너의 기쁨에 동참할 수 있어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