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울생명의전화, 현장실습을 마치며
전화기를 들고, 생을 생각하다.
그들은 울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차분해서, 더 위태로워 보였다.
서서울생명의전화에서 현장실습을 하며
내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이것이었다.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은
‘죽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도무지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사실.
나는 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다.
실습 전의 나는 막연히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이야기들은
누군가를 쉽게 돕겠다고 말하는 태도가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상담은 무엇을 해주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한 사람이
자신의 고통을 말로 끝까지 건너갈 수 있도록
곁에 머무는 일이었다.
“죽고 싶다”는 말은 종종 이렇게 들렸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는 고백처럼.
그래서 상담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다시
자기 삶을 선택할 힘을 아주 조금이라도 회복하도록
곁을 내어주는 과정이었다.
실습 기간 동안 나는
상담의 흐름과 트렌드를 배웠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무엇보다 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대하는 내 태도였다.
두려움이나 판단 대신
이해하려는 마음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서서울생명의전화에서의 시간은
내게 사회복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어떤 자세로 사람 앞에 서야 하는가를 묻는 경험이었다.
나는 이제 안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란 거창한 말이 아니라,
한 통의 전화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 용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