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즈음에 홍어 한 마리, 대구 한 마리.
아홉 시가 조금 넘으면 가입해 둔 네이버 카페에 공지가 뜬다.
눈이 둥그레진다.
오늘은 그림이 풍족하다. 죽 넘기며 꾸러미를 꾸민다.
오늘은 10킬로가 넘는 홍어 한 마리와 3킬로 내외의 생대구 한 마리로.
금액을 계산해보고 보낼 곳을 가늠한 다음,
전화를 돌린다.
홍어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생대구가 집에 있을 리 만무하지만,
배달 예정인 내일 요리 담당 메인 주부가 집에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면서 내일 도착할 것이라고 알린다.
한참을 계속하다가 통장 잔액을 살펴야 하고
또 한편 보낼 곳이 이리 줄어든 것에 놀라워한다. 해마다 줄어든다.
나는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을 애정한다.
내 한창때는 이모가 받으면 외숙모댁으로 또 다른 이모 댁으로 자랑해서, 빼놓지 못했었다.
숙모는 고모에게 고모는 또 다른 삼촌에게 ‘선물 받았느냐고’ 자랑해서, 빼놓지 못했었다.
엄마는 통 홍어를 넓게 펼쳐놓고 배를 갈라 애를 꺼내고 뼈를 골라 보리 애탕을 끓였었다.
일가친척을 모아 막걸리 한 순배 돌리던 그 많은 인연도 이제는 짝을 잃었다.
지금은 모두 손질해 부위별로 포장해서 배달된다.
낱개로 꺼내 접시에 쌀어 담으면 끝이 난다.
내게서 보내진 홍어도 냉장고에서 오래 하염없이 숙성돼간다.
노인은 혼자서 내내 지나간 시간을 추억한다.
나 또한 지난 시간의 추억이다.
내게도 누군가 통 홍어를 보내왔으면 좋겠다.
애탕을 끓이고 삭지 않은 홍어를 나누고 미나리를 삶아 무침을 하자. 꾸덕꾸덕 말려서 찜기에 찌고 고기를 삶아 삼합을 해야지. 뼈와 껍질과 부속을 챙겨 묵은지로 끓이자.
하지만 어느 녀석도 모른다. 내가 홍어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 녀석들은 아직 홍어를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