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두낫띵, 빠이
빠이에서 해야 할 일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Do nothing’이다. 해야 할 일이 ‘아무 일도 하지 않기’인 여행지는 아마도 빠이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이 해야 할 일은 여유 부리기 좋아하는 베짱이, 어쩌면 천하의 게으름뱅이인 나에겐 아주 제격이다. 게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지금 아주 딱이다.
온천욕이 시급한 컨디션이지만 호스텔에 좋은 풀장이 있으므로 한가로이 책 한 권을 들고 썬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했다. 정말이지 이건 어쩌면 신이 준 기회다. 몸이 안 좋을 땐 물로 지지든 햇빛으로 지지든 몸을 지져야 하기에.
썬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틈 사이에 껴서 몸을 햇빛에 지글지글 지졌다. 후우. 좋다. 몸을 지글지글 지지다가 책을 보다가 다시 지졌다. 이곳 풀장에선 비키니 입은 언니들도 썬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하며 책을 본다. 심지어 풀장 안에 들어가서 책을 읽는 언니도 있다. 와우. 대단한걸?
오늘 아침 호스텔 1층 식당에 내려가자마자 본 사람은 어제 풀장에서 본 귀여운 금발 꼬맹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은 아주 힘이 펄펄 넘치는 꼬맹이다. 엄마만 졸졸 따라다니며 까르르, 엄마는 귀여운 아이에게 뽀뽀를 퍼붓는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면 계속 쳐다보면서 웃어준다. 이건 진짜 행복이다.
여행을 통해 받은 엄청나게 큰 선물은, 좋은 아침.
눈 뜨기 싫은 아침이 아니라, 하루가 기대되는 좋은 아침.
오늘도 일광욕을 해야겠다. 여기선 걱정 말고, Do no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