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월곡에서 만난 썸머

중국 (8)

by 이수하

나의 어리석은 ‘얼탐’은 썸머와 나의 관계를 이어주었다. 람월곡도 잘못 내렸는데, 여행자 센터도 어디서 내리겠는지 도무지 모르겠는거다. 중알못은 리장을 여행하기가 이렇게 무진장 어렵다. 이번엔 기필코 잘 내리리라 절치부심하며 버스 뒤에 앉았건만 나는 또다시 잔뜩 얼을 탔다. 옆에 앉은 썸머는 나를 도와주려는 듯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시츄에이션에 나는 대본을 읊는 듯 말했다.

- 아엠 낫 차이니즈. 쉬 한궈런.

리장에서는 중국어 외의 언어는 아예 통하지 않으므로 이번에도 나는 상대방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마무리할 것을 예상했으나, 예상 외로 유창한 영어가 들렸다.

- 오. 알 유 코리안?

예상 외 반응에 나는 몹시도 반가웠고 우린 그렇게 대화를 나누었다. 썸머는 영어가 유창하고 난징 근교에서 온 중국여성. 동글동글 귀엽고 발랄하다. 썸머도 혼자 리장을 여행 중이며 리장은 처음이라고. 썸머는 한국 프로그램,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다. 작년에 제주도를 여행했으며 제주도를 여행하며 한국인 친구들을 사겼다고 썸머는 말했다. 썸머는 내가 묵고 있는 수허고진 위에 있는 바이샤고진에서 투숙 중으로 오늘 밤에 같이 만나자고 제안했다. 나를 배려하려는 듯 너무 피곤하면 오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했지만 나는 흔쾌히 너무 좋다고 했고 우리는 서로의 위챗을 교환했다.

썸머와 나는 바이샤고진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우리는 이 고즈넉한 마을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국적은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공통점이 많아 얘기가 잘 통했다. 썸머와 나는 혼여행자로 혼여행에 대한 담소를 나누었다. 예전엔 혼여행에서 이런저런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게 너무 즐겁고 재밌었는데 요즘은 혼여행은 좀 외롭다고 썸머가 얘기했다. 나는 썸머 얘기에 공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이들보다 나의 옆을 지켜주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이 점점 더 진해진다. 왜 그럴까. 그들이 너무 소중하다.

내 옆 어떤 이는 정서적으로 아프지만 스스로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는 임용고시를 공부하며 하루하루 도서관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누군가는 공부하면서 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삶이 팍팍하다. 누군가는 오랜 유학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또 누군가는 병상 위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면서 가족을 힘겹게 돌보고 있다. 내 옆을 지켜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의 행복을 바란다. 관심을 갖자. 나만 생각하며 떼쓰는 아이에서 다른 이에게도 관심을 주는 그런 사람. 사랑하며 살자. 사랑으로 살자.

keyword
이전 07화깊은 협곡을 지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