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야경이 기가 막혀

홍콩 (1)

by 이수하

홍콩 야경은 정말 기가 막힌다. 원래 이런 거에 별 감흥이 없는데 홍콩 야경은 정말 따봉이었다. 앞뒤로 화려한 불빛들을 끼고 있는 고요하고 잔잔한 물결은 마치 올드와 뉴, 서구와 동양이 절묘히 섞인 홍콩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나에게 홍콩의 야경은 유명세 이상의 낭만이다. 배가 고파서 저녁에 호스텔 밖을 나왔다가 처음 홍콩의 밤을 보고 ‘우와!’ 탄성을 질렀다. 세상에 참 아름다운 것이 많구나. 아름다운 것이 참 많아. 이렇게 참 아름다운 것을 보면 왜 그럴까,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슬픔과 아픔으로 똘똘 뭉친 마음이 항복하는 것처럼 사르르 녹아버린다. 그리고 슬픔의 기억들이 점점 연해지고 경이로움이 삶에 점점 진해진다. 홍콩은 정말 밤이다. 이 도시에 대한 애정이 진해진다.


홍콩의 야경을 보는데 상하이 일몰 때 와이탄에서 질질 울었던 기억이 난다. 와이탄에서 아빠를 똑닮은 아저씨가 덤덤한 표정으로 사진 찍는 것을 보았다. 우리 아빠처럼 가만히 손을 모아서 사진을 찍는데 그건 정말 반칙이었다. 갑자기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화산처럼 솟구쳤다.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그렇게 질질 울었다. 진짜 웃기다. 상하이 와이탄에서 청승맞은 여자처럼 엉엉 우는 30대 여자라니. 그것도 ‘아빠 보고 싶어!’를 외치면서. 유독 내 눈에 사진찍는 중년 부부들이 눈에 보이는데 다같이 무슨 짠 것마냥 피사체는 아내, 찍는 사람은 남편이었다. 어떻게든 예쁘게 찍어주려고 용을 쓰는 이 남편들은 한껏 무릎을 굽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우리 아빠도 우리 엄마랑 딸들한테 정말 다정한데. 우리 아빠는 정말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딸들도 너무 사랑하지만 아내한테는 거의 바보인 사람. 그런 아빠한테 한 번도, 단 한 번도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 아빠 너무 고마워. 아빠, 우리 아빠가 우리 엄마를 한 여자로 끝까지 사랑해주는 남자여서 너무 고맙고 자랑스러워. 아빠 덕분에 나는 너무 복스러운 가정에서 자랐다. 그리고 아빠. 내가 너무 못되게 해서 너무 미안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