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일 토요일의 기록
그대가 내 손을 잡는 순간 나에게 봄이 왔습니다. 손이 왜 이리 차냐며, 손이 찬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고 한 그대의 한 마디. 갑자기 봄이 왔네요. 갑자기여서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내 마음 흐드러진 꽃잎들이 좋고 반가워요. 수줍음 수치가 솟구치지만 내가 언제 이렇게 10대 소녀처럼 수줍어 보겠어요.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 차디 찬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줘서,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줘서 고맙다고.
난 앞으로 당신 앞에 뚝딱뚝딱 부자연스러워지겠지만 그게 한편으로 너무 걱정이지만 어쩌면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대하려는 게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는 나이를 먹어도 능수능란함과는 거리가 먼 부끄러움이 많은 그런 사람이니까.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대로, 부자연스러우면 부자연스러운 대로 그렇게 나답게 대하는 수밖에. 나는 난데,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그런 나를 당신께서 사랑스러운 눈길로 봐주길 바라는 수밖에. 대신 이 간지러운 수줍을 피하진 않을 테야, 다짐합니다.
오늘은 날이 포근하네요. 동네 산을 갔습니다. 처음 고개를 든 감정은 그리움입니다. 할머니. 나의 할머니. 부르기만 해도 여전히 눈물 나는 이름. 추운 겨울날 길 위에서 심장을 부여잡으며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작별한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 왜 하필 추운 길 위여야 했을까. 왜 하필 갑자기여야 했나. 따뜻한 침대 위에서 작별할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러나, 과연 그랬더라면 정말 나는 이렇게 아프지 않고 지금보다 더 좋고 더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잖아. 작별할 시간이 있었다면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벌어도 할머니는 고통과 두려움의 시간을 가진 채 눈을 감았을지도 몰라.
그리운 순간들이 나를 덮칠 때 이제 나는 슬퍼하지 않고 그저 감사하겠어요. 그리운 순간이었다는 건, 그만큼 너무 좋았던 기억이라는 거니까요. 점점 그리움이 쌓이는 만큼 좋았던 추억들로 내 삶이 가득해지니까요. 그리고 추억이 될 좋은 순간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찾아올 거라서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이 소중한 마음을 꼭 간직하고 싶어요. 날씨도 좋고 산도 좋고 볕도 좋은 날 이렇게 기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