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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2025년 9월 2일 화요일의 기록

by 이수하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두 사람이 떠오릅니다. 나의 그녀와 나의 그. 나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달해준 사람들.


할머니의 사랑은 나를 키웠습니다. 한 아이가 소녀가 되고, 그 소녀가 여자가 될 때까지 사랑을 떠먹였습니다. 할머니는 늘 옆에 있었습니다. 옆을 지켜주는 것, 그거 참 큰 사랑이더라고요.


혼네의 노래 ‘Warm on a cold night’ 속 가사처럼, 그녀는 차가운 밤 같은 세상에서 나를 따뜻하게 지켜주었습니다. (You can keep me warm on a cold night)


그녀가 가고, 그가 찾아왔습니다. 삶의 계절이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조금 아팠지만요. 그는 알아차리기 어려울만큼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부터 내 옆에 있습니다. 조용히 묵묵히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묵묵히 나를 챙겨줍니다. 나는 그의 눈빛, 행동, 태도에서 애틋한 사랑을 느낍니다. 그러나 나는 지나간 실수와 잘못들, 상처들로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해요. 위축된 내 모습이 보이네요. 핑크 스웨츠의 노래 ‘Honesty’ 가사 속 그녀는 사랑이 시작됨을 두려워합니다. 화자는 후렴구에서 그녀에게 솔직히 얘기합니다. 나는 너를 원해. 너를 원해. 너를 원해.


그의 사랑은 화려하게 티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게 묵직해요. 두려워도 사랑하고 싶어. 내 마음을 열고 곁을 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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