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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sun 리선 Jan 02. 2023

흰머리 소녀의 그림일기

내 인생의 손맛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늦잠을 자게 되었다. 어젯밤에 남편과 함께 맥주 한 잔 하며 영화를 보느라 늦은 시간에 잠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새벽 기상을 목표로 삼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 결과로 아침식사와 점심이 늦어지자 남편과 나는 동네 근처에서 점, 저를 먹기로 했다.     


우리는 대략 5시쯤에 나가기로 하고, 이동하기 전까지 나는 시간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이번 달 4일부터 시작되는 '소녀를 부탁해'라는 기부 전시회를 위해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시회에서는 참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굿즈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 굿즈 구매로 인한 수익은 기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어 뿌듯하다. 봉사와 기부, 더불어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저녁식사를 하며 남편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남편은 가끔 나에게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때로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낚시꾼들에게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음... 고기 많이 잡으세요?"     

남편은 내 대답이 정답이 아니라고 했다. 

"낚시꾼에게 고기 많이 잡으세요라고 하는 건 틀린 말이야. 낚시꾼은 여유와 기다림, 시간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지. 그들은 고기를 잡는 것보다 낚시 과정과 손맛을 즐기는 거야."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남편은 웃으며 설명했다. "어부들에게 고기 많이 잡으세요 해야지. 그들은 생계를 위해 고기를 잡아야 하니까."     

"그렇구나. 그게 맞는 말이겠네요."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배우면서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여유를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어서, 나의 손맛을 생각해 보았다. 손맛이란 낚싯대를 잡을 때 느껴지는 고기의 입질이나 당기는 힘, 또는 음식을 만들 때 느끼는 그 손으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을 말한다. 나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 내 그림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로, 따뜻함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나의 손맛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를 통해 수익금이 기부로 전달된다면 더 큰 손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랍비 헤롤드 쿠시너의 말을 떠올려보자면, 우리의 인생 목표는 성장하고 나누는 것이다. 성공을 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모든 일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달하는 순간이 더 큰 만족을 준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와는 다르게, 이제는 남편과의 대화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나의 성장과 발전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제는 나의 손맛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보려 한다.     


이번 기부 전시회가 새해의 시작을 아름답게 연결해 준 것 같다. 나눔과 봉사, 그리고 배려의 가치를 더욱 깊게 생각하고 실천하며 이 새해를 보낼 것이다.     

인생을 돌아보면서 '더 이것저것 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아니라, '더 나눠주고, 더 사랑하고, 더 마음을 쓰면서 살아야 했는데'라는 생각으로 가득한 삶을 살기를 나 자신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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