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혼자야
최근 몇 일간 하얀 진돗개 같은 것이 동네를 어슬렁 거리면서 배회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는 무섭다고 했다. 왜 그런지 몰라서 ‘너 주인은 어디갔니 왜 혼자야’ 라고 물었다가 오늘 이유를 알게 됐다고 했다. 옆에서 장을 봐오던 아줌마가 ‘그집 개 누가 버리고 도망갔대요. 이사갈때 버리고 그냥 갔나봐’ 하던걸 들었다고 했다.
‘쯧쯧 에휴. 불쌍도 해라. 지가 끝까지 키우지도 못할걸 왜 거두어 들어서는’ 엄마는 거봉을 씻으며 혀를 찼다.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랑 내가 진돗개 얘기를 계속 해대니 아빠는 그런거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그만하라며 거봉 하나를 꿀떡 삼켰다.
그 하얀 개는 아직도 동네를 배회하고 있으려나. 나는 이불을 받아 깔고는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웠다.
엄마는 늘 눕는 방향은 중요하다고 했다. 이 방도 이 공간도 내 것이었지만 내 것 같지 않다.
익숙하지 않으니 금새 어색해졌다. 갈곳을 잃은 생명은 어디로 마음을 뉘어야 할까.
이젠 제대로된 땅도 나무도 찾기 힘든데. 차갑고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누워자다 차에 치이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 하얀 개는 이 더운밤에 동네를 돌며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주인을 원망하려나. 인간이 아니니 원망하진 않을지도 모르겠다. 외로운 마음 부여잡고 꾸역꾸역 기다리겠지. 새벽이 춥지 않은 여름이라 다행일까. 겨울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하얀 진돗개가 잠들기 전까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와 유사해보여서 그랬던 것일까. 춥고 외로운건 생명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그 매서운 바람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재차 확인이라도 하듯 늘 위협한다. 겨울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