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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요 Dec 03. 2018

신기루

수면제와 환각 


  수면제의 가장 큰 부작용은 환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약에 중독된다는 것도 굉장히 무서운 거구나 라는걸 어제 깨달았다. 이별 이후 심적으로 너무 견디기가 힘들어 항불안제와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먹었지만 그래도 수면제는 먹지 않았다. 사실 불면증은 사귈때도 고생을 했었는데 헤어지고 그 강도가 더 심해져서 몇개월이 지난 지금도 하루에 한시간씩 겨우 자거나 아주 밤을 꼴딱 새고 출근을 하곤 했었다. 영양제로 감당이 안되는 상태가 되었고 일을 할때의 능률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해서 결국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하지만 아버지 처럼 챙겨주시던 자주 가는 병원 의사 선생님이 이건 처방 해주고 싶지 않다고 나중에 더 힘들거라고 이번 한번만 해주는 거니까 다음 부터는 처방받으러 오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심할때만 반알씩 쪼개서 먹었다. 그러다 저번주. 너무너무 멘탈이 힘들고 잠이 안와서 매일 반쪽씩 먹었다. 매일 꾸준히 먹으니 정신이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약을 먹고 누워있으면 누가 나를 돌리고 들었다 놨다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저번 주 금요일에 마지막 반알을 먹고 불안해졌다. 주말에 하필 본가를 다녀와서 어제는 홈씩과 불면증이 동시에 찾아왔다. 중독증상과 함께. 
 눈에 벌레들이 기어다니는것 처럼 보이고 어지러워서 서있을 수가 없었다. 새벽에 믿지도 않는 하느님을 찾고 불경을 외우다가 조상님까지 찾아 사경을 헤멨다. 처음에는 약이 없다는 걸 깨닫고 너무 불안해서 분노했다가 갑자기 슬퍼졌다가 안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웃었다가 다시 벽을 치고 분노했다가 눈물이 나다가 이리저리 엎치락 뒤치락 자세를 바꿔가며 누워보고 바닥에도 누웠다가 앉아서 자는걸 시도 했다가 서서 가만히 있다가 다시 어지러워서 누웠다. 몸은 잠들길 원하는데 정신이 깨어있는 어마한 고통을 맛보았다. 내가 어떻게 잠에 드는지 그 방법을 잊은듯해 보였다. 한 시간을 겨우 잠에 들었다 깼는데 티셔츠와 이불이 땀으로 흥건했다. 수면제는 신경 안정제와는 비교도 안되게 후유증이 심한 약이라는 걸 또 한번 느꼈다. 예전에 수면제를 복용하던 동생이 환각을 보고 끊었는데 끊는게 정말 힘들었단 얘길 들었었다. 정말 조심해야 하고 처방 없이는 절대 꾸준히 먹으면 안되는 약이라는 걸 느꼈다. 물론 강도는 다르겠지만 마약을 끊는 사람들의 기분을 잠깐 동안 느꼈던 어제. (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마약을 끊는 과정을 주인공의 view 로 다양한 장면들이 디테일하게 표현되는데 내가 어제 딱 그 상태였다) 지옥이 있다면 이게 바로 지옥이겠구나 싶었다. 

  다들 약 먹지말고 건강하게 살아요 우리. 나도 이제는 더 이상 그 약을 먹지 말아야겠다. 나를 위해서. 오늘 아침 그렇게 다짐을 했다. 그리고 내가 더 잘 살기를 잘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랐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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