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주도성을 찾기 위한 6년의 발버둥
엄마가 동생네로 조카를 봐주러 가셔서 오랜만에 혼자 맨발 걷기를 했다. 걷는 내내 엄마와 통화하면서. 엄마가 없는 동안 텃밭에 가서 뭐도 따다 먹고 뭐도 해다 먹으라 숙제를 주셨다. 알겠다고 했는데도 계속 얘기하시길래 말했다.
"나한테 숙제 주지 마.. 나 벅차"
그러자 엄마는 곧바로 이렇게 답하셨다.
"네가 안 하면 아빠가 할 거야. 그래그래. 하지 마"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발전한 엄마의 반응. 피식, 작은 웃음이 났다.
법륜스님이 부모님이 걱정돼서 잔소리하시면 그냥 "네"하고 안 하면 된다고 했는데 그게 참 안된다. 어렵다. 웃으며 "네"하고 하지 않기.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좋은 방법인데 말이야.
엄마는 내가 조금만 틈을 내어주면 바로 치고 들어온다. 며칠 전에도 내가 좀 여유 있어 보이니까 부탁이 있다고 했다. 말해보라고 하니..
"너네 잠자는 방향 좀 바꾸면 안 되니. 화장실 방향으로 머리 두고 자는 거 아니다. 이서방도 머리방향이 서쪽이다. 침대는 가만히 두더라도 머리방향만 바꿔서 자라. 집에 안 좋은 일 생긴다."
하... 이사할 때부터 내 책상 자리를 확보하면서 침대 방향을 북쪽으로 뒀다. 엄마가 반대했지만 내가 강행했다. 나는 지금까지 아주 만족하며 쓰고 있다. 그런데 엄마는 내내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내가 힘들어하니까 말을 꺼내지 못하시다가 요즘 내가 기운이 좀 나니까 바로 치고 들어오신다.
'부탁'이라는 명목하에 내 경계를 넘어와 나를 흔드는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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