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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정인 Oct 26. 2022

헤아릴 수 없는 밤들

갚을 길이 없는 마음들, 못 갚는다는 생각에 몰려드는 죄책감, 죽고 싶은 마음, 결코 죽지는 않을 거라는 안도, 전하고 싶은 진심들, 가 닿지 않는 마음들, 중간에 추락해버린 그것들, 멋지게 쓰고 싶은 과시욕, 누구라도 꼭 껴안고 체온을 느끼고 싶은, 너무나도 허망한 마음, 무조건 품어줄 수 있는 무한한 사랑에 대한 갈구, 병적인 집착, 한 꺼플만 벗기면 들켜버릴 과시, 무엇으로라도 덮어버리고 싶은 깊은 어둠, 지독한 술독, 질 좋은 옷을 걸쳤을 때 느껴지는 착용감, 터져버릴 것 같은, 누구라도 걸리면 갈기갈기 찢어버릴 광기, 분출할 곳이 없는 폭발력, 잠식해 버린 수증기, 공허한 외침과 광기, 관객이 없는 무대, 숨을 곳 없는 광장에서 다 까발려버리고 싶은, 돌을 맞아 죽더라도 드러내고 싶은, 멈추지 않는 사이렌, 경각심, 자세를 바로 잡고 짙은 화장을 하는 바쁜 손길, 잘 숨기고 있다는 착각을 넘은 오만, 눈에 보이는 곳만 겨우 가린 채 질질 세고 있는 뒷구멍, 구멍에 머리를 처박고 똑똑히 보겠다는 미친 강박, 감당할 수 없는 검은 물, 넘실거리는 감정, 그 속에 잠식될까 봐 수문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손길, 정성 들여 가꾼 정원을 처참히 짓밟고 싶은, 꺾기 쉬운 연약한 것들에 대한 분노, 뚝뚝 흐르는 핏물, 당신 때문에 내가 이렇게 상처받았다고 보여주는 단호함, 조율되지 않는 수많은 충돌들, 철저히 망가져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소중한  많은 것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이 모든 것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광경, 점점 골라지는 호흡,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연민,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들, 욕조에서 나가서 침대를 향하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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