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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dolf Jun 18. 2024

마술사와 오케스트라 (16)

제4장 | 마술정원 (1)

제 4 장 

마  술  정  원   

                      

‘주원, 고민에 빠지다.’

    주원은 이렇게 썼다. 종이에. 그냥 쓴 것이다. 눈앞에 있는 메모지에 그렇게 끼적거렸다.  

    이제 미국으로 돌아갈 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동안 주원은 한국에 와서 무엇을 한 것일까?

    쉰다고 했지만 쉰 게 맞는 건가?

    거의 매일 바이올린을 잡기는 했다. 그런데도 마음이 께름칙했다. 자신의 실력이 줄어들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고 있지만 마음에는 늘 무엇인가가 걸려 있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이 정도의 연습으로는 부족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주원의 결혼문제가 더 커서 바이올린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여기 와서 신랑감 정해진 것도 아니잖은가.

    귀국연주회나 어제 선보는 자리에서 말썽 일으킨 일 때문에 주원에 대해서는 앞으로 썩 좋은 소문은 안 날 것이다.

    부모님도 이제 시장에 주원을 내놓기는 힘들 테지.

    우울했다.

    대체 주원 너는 요즘 무엇을 하고 다니는 것이냐?

    그 편가 있는 곳에 뻔질나게 갔지만 무슨 소득이 있었던 거냐고?

    마술을 배워?

    뭐에 쓰려고?

   심심풀이야?

    시간이 남아돌아?      



주원은 집을 나섰다. 살짝 다친 다리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갈 곳이 없었다.

    차는 타지 않고 보도를 따라 끊임없이 걸었다.

    편가한테서는 어제부터 카톡과 전화가 몇 번 왔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 주원은 저도 모르게 손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준비 중인 콘서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맞추어 현을 누르는 동작. 몸에 약간의 리듬을 주면서.

    주원은 세계 3대 국제콩쿠르인 쇼팽 국제콩쿠르,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 모두 참가하여 아깝게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전문가들로부터 유망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 밖에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쇤탈 국제콩쿠르, 슈포어 국제콩쿠르 등에서 많은 상을 받고 여러 국제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때 정서적인 방황으로 인해 힘겨운 침체기를 겪으면서 언론 등으로부터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저명한 오케스트라에서 입단 제의도 받고 협연도 하고 독주회도 몇 차례 가져서 나름대로는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며, 여러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주원이 대인관계가 폭넓지 못하고 내면으로만 성을 쌓는 성격이다 보니 활동범위가 그리 넓지 않은 점이었다.

    주원은 이러한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무엇인가 하나는 소득이 있어야 할 텐데 하며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어떤 종류의 소득인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지하철을 타고 주원은 홍은동으로 향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복작이는 것도 하나의 새로움이었다.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택시 타고 다닐 때와는 다른 여러 경험을 한국에서 하는 것이다. 보스턴 지하철도 러시아워가 극심했지만 주원은 고색창연한, 그러나 100년이 넘어서 당장에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은 학교 건물 근처 아파트에서 살기 때문에 그런 고생은 거의 겪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편함과 편리함에서 멀리 나가보지 못한 덕분에 삶 자체는 고단하지 않았다. 그 반면 끊임없는 권태와 싸워야 했고, 또한 고등학교 때부터 외로운 외국생활을 오래 한 탓에 정서적인 부조화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한때는 학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마음이 피폐해지기도 했었다.

    이제 이곳 한국 땅에 와서 생애 처음으로 한가한 시기를 맛보는 주원. 미국 유학생활 중간중간에 자주 한국에 와서 지냈던 덕에 한국문화와 말과 글에 아무런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주원 혼자만의 한국생활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게다가 편가를 알게 되면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게 되어, 그것도 주원에게는 또 하나의 활력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주원의 스케줄에 있는 여러 곡을 연습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나면 일종의 정서적 공황이 온다. 보스턴 생활과는 달리 근처 카페에 나가 커피 한 잔 마시거나 공원에 가서 산책하는 가벼운 일도 한국에서는 요란한 행사가 된다. 미국 동료나 교수들과 화상대화를 하는 것도 이제는 거의 뜸해졌다. 모두가 자기 생활에 바쁜 것이다. 주원만 빼고. 지방으로 여행을 가려고도 했으나 조금조금 미루다 지금에 이르렀다. 부모님, 특히 남궁 여사는 사흘이 멀다 하고 새로운 계획을 내놓고 있으나 대개는 어떻게 하면 딸을 시장에 선보일까 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동남아에라도 여행을 가자 하면 따라나서겠지만, 과년한 딸을 둔 부모, 특히 어머니의 마음은 다른 모양이다. 게다가 부모님은 외국 사위는 내켜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럴 때는 하루종일 바이올린 연습이 최고다. 그러나 전과 달리 어느 정도 연습하면 더 이상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몇몇 학생이 레슨을 해달라 해서 아침 일찍과 저녁에 잠깐씩 시간을 내곤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편가가 엉뚱한 면이 많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보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수시로 카톡 보내는 것은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었다.

    또다시 전화가 왔다. 편가.

    망설이다 받았다.

    마침 수송동 사무실에 나와 있는데 얼굴 볼 수 있겠느냐고 한다.

    “꼭 이야기할 게 있어요. 시간 되는 거죠?”

    주원이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않고 있자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종로타워 커피숍. 그리로 갈게요. 알았죠?”

    주원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편가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지금 홍은동으로 가고 있는 중이잖은가. 따라서 중간에서 내리면 된다. 종각역까지 가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종각역 지하도 그 여성내의가게였다. 그래서 퍼뜩 생각난 것이 핀란드 대사관 갈 때 얼핏 본 교보빌딩 1층의 제과점이었다. 서점 내 커피숍은 너무 좁고.

    주원이 교보빌딩 1층 제과점으로 가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편가는 OK. 편가 입이 벌어지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편가의 표정이 묘했다. 약간의 흥분감이랄까 어딘지 들뜬 것 같았다.

    사실 주원은 이번에도 처음부터 약간 심통이 나 있었다. 늘 그렇듯 주원이 먼저 와서 기다렸기 때문이다. 근 30분이나 기다려 짜증이 있는 대로 나 있을 때 편가가 나타났다.

    주원은 편가를 쳐다보지도 않고 일어서려 하는데 편가가 글자 그대로 바짓가랑이 붙잡고 매달렸다. 바지는 아니고 옷소매지만.

    “죄, 죄송합니다. 내 일이 원래 변화가 심해요. 갑자기 전화 와서 행사 맡을 수 있겠느냐고 하면 거절할 수 없잖아요. 그러면 그때부터 시간이 길어져요. 받아적을 것도 많고, 알려줄 것도 태산이고……. 대략 금액도 알려주고 협상도 하고……. 요구사항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주원이 듣고 싶지 않다며 일어서려 하자 편가는 제발 제발 하는 눈으로 쳐다보며 말린다.

    “다음부터는 정말 기다리게 하지 않겠습니다. 행사를 못 맡는 한이 있어도. 진짜예요. 약속합니다. 꼭…….”

    주원은 주위의 눈도 있고 해서 그냥 참고 자리에 앉고 말았다.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니까…….



이렇게 스스로를 달래면서 주원은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다.

    주원의 이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편가는 또다시 입이 헤벌어져서 떠벌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다른 때와는 달리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말을 빙빙 돌린다.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은 듯이. 마치 마술처럼.

    주원은 이번에도 역시 지루하지만 들어주고 있었다. 주원은 별달리 말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음악에 대해서 말해 준들 알아들을 것이냐, 외국 한번 안 나가봤다는 사람에게 보스턴이나 여러 나라 돌아다닌 것 떠벌인들 맞장구쳐 줄 것이냐 하는 생각에. 주원의 집에 대해서는 편가가 이미 훤히 꿰고 있을 것이니 이야기해 봤자 그저 그렇고.   

    게다가 연애하는 사람도 아니니 야릇한 대화 나눌 일도 없고…….

    연애?

    오라…….

    요 인간이 혹 그런 흑심을……?

    안 되지. 고런 불량한 생각일랑 아예 처음부터 싹을 잘라버려야 해.

    그런데 이러한 주원의 심기와는 아랑곳없이 편가는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끊임없이 떠벌인다.



“주원 씨, 우리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주원 씨, 주원 씨…….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웠담?)

    “뭘 말예요?” (약간의 의구심을 담은 목소리.)

    “그러니까 이렇게 하는 겁니다.” (꾸물대긴.)

    “말해 봐요.”

    “살림을 차리는 겁니다.” (이 사람이…….)

    “…….”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어…….)

    “아니, 같이 살자는 게 아니고……. 아, 그렇게 되면 더 좋죠, 히!” (죽는다.)

    “장난해요?”

    “아, 죄송. Sorry. 제 도장에다가 본부를 마련하는 겁니다.” (UN 본부?)

    “……?”

    “글로벌태권어린이마술오케스트라.” (헤…….)

    “그게 뭐예요? 뭐가 그렇게 길어요?”

    “이름 긴 거는 나중에 줄이면 되죠. 그리고 말이죠, 나는 한국인, 그쪽은 미국인.” (갑자기 또 ‘그쪽’은…….)

    “나 한국인인데.”

    “그런 거 관계없어요. 미국에서 살잖아요. 공부하면서.” (뭔 꿍꿍이야…….)

    “유학생이라니까.”

    “그러니까요. 아무튼 한국과 미국의 어린이 마술사들을 모아서, 아니 만들어서 한판 크게 벌이는 겁니다.” (엿판?)

    “모은다고? 만든다고? 어떻게?”

    “내 말 잘 들어보세요.” (듣고 있잖아.)

    “빨리 말하세요. 꾸물거리지 말고.”

    “급하시긴.” (이걸 그냥 콱!)

    “내가 마술 7단쯤 되거든요. 여기저기에 가서 사람들 많이 놀래키고 있습니다.” (요즘 널린 게 마술사라고.)

    “그래서……?”

    “어린이 마술학원을 만들자 그겁니다. 처음엔 제 도장에서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미국 지사까지 세우는 거죠.” (차라리 미술책을 사서 보는 게 낫겠다. 아차, 실수. 마술책.)

    “알아서 하세요. 나하고는 상관없으니까.”

    “아닙니다. 그 마술에 음악을 접붙이는 겁니다.” (무슨 소리?)

    “…….”

    “오케스트라단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이름은 글로벌태권어린이마술오케스트라. 어때요?” (뭔 소리여……?)

    “난 무슨 말인지…….”

    “그쪽이 오케스트라 지휘. 나는 마술 지휘. 멋지지 않아요?” (…….)

    “마술도 지휘해요?”

    “에이, 순진하시긴. 오케스트라 연주 중간중간에 마술쇼가 펼쳐지는 거죠. 자, 잘 보세요. (볼 게 없는데.) 그쪽, 주원 씨가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겁니다. 아주 엄숙하게. 빰빠빰빠 찌르찌르……. 나는 주원 씨 뒤에 있다가 적당한 대목에서 마술봉으로 착 가리키는 거예요. 트럼펫! 그러면 트럼펫에서 토끼가 톡 튀어나오는 겁니다. 첼로! 그러면 첼로에서 풍선들이 꼬물꼬물 피어오르는 거고요. 큰북을 쾅 치면 비둘기들이 놀라서 날아오르고.” (그런 건 영화에서도 많지 나오지 않나? 만화영화.)

    “그런 정도야 뭐…….”

    “그게 다 아닙니다. 내가 망토를 한번 싹 흔들었다가 거두면……. 지휘자가 짠 하고 사라지는 겁니다.” (내가? 어디로?)

    “…….”

    “그리고 또다시 흔들면 이번에는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나는 거죠.” (뭐 속임수일 테니까…….)

    “…….”

    “거기에다 내가 망토를 벗어서 들고 오케스트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한번 뛰어가며 흔들면 갑자기 오케스트라 단원들 옷 색깔이 싹 바뀌는 겁니다.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그리고 반대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뛰어가면 이번에는 옷 색깔이 세계지도처럼 대륙별로 빨주노초파남보 차례차례 변하는 거고요.” (지루해.)

    “그런 거 흔하지 않아요?”

    “영화에서는 그렇죠. 그런데 관객들 코앞에서는 쉽지 않아요. 더군다나 애들한테는. 거기다 연주는 계속되는 거거든요.” (피!)

    “난 관심 없어요.”

    “아, 아, 그러지 말고 더 들어보세요.” (듣고 싶지 않아, 그런 거.)

    “됐네요.”

    “그럼 이렇게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말한 거 몽땅에, 거기에다 주원 씨가 지휘하는 동안 저는 그 음악 테마에 맞는 마술을 한옆에서 계속하는 겁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대로 오케스트라 여기저기에서 마술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영화 만드는 게 더 낫겠다.)

    “돈 많이 들 텐데.”

    “바로 그겁니다. 정곡을 찔렀어요.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한데……. 내가 돈이 없잖아요. 그래서 고민이라 그거죠…….” (알 만하군.)

    “일어날래요.”

    “아, 잠깐. 잠 깐 만 요.” (왜 이래?)

    “나 집에 가야 돼요.”

    “아니, 도장에 가서 마술 수업…….”

    “이젠 그만할래요.”



주원은 대꾸도 하지 않고 일어서서 나갔다. 갑자기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말았다. 뭐 하나 시원하게 되는 일이 없었다. 허황된 일이나 꿈꾸는 편가나, 미국 동료들 미친 듯이 악기에 매달려 있을 시간에 꿈에도 가능치 않을 일 듣고 있는 주원 자신이나 한심하긴 마찬가지였다.

    집에 돌아가는 중에 주원은 한 가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주원이 일어나서 나가는데 뒤쫓아오며 편가가 한 말.

    ― 우리 도장 아이들 대부분 악기 하나씩은 다 다뤄요.

    하긴 도장 2층에 음악학원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태권도 아이들이 올 때 바이올린 케이스나 뭐 그런 비슷한 것들 들고 오는 것도 보았다. 두어 번 주원이 그 학원 문을 빼꼼 열고 들여다보기도 했었다. 안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며 어떻게 오셨어요 하고 말할 때 주원은 그냥 미소만 지으며 목례하고 문을 닫았었다.

    요즘 한국의 교육환경이 주원 어렸을 때하고는 많이 다르다는 것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국영수뿐만 아니라 웬만하면 음악이나 미술, 체육 쪽 한두 가지는 다들 가르치는 모양이다. 좋은 현상이지.  

    ― 다음 주에 우리 도장에서 태권도 페스티벌 쇼가 있는데, 그때 아이들이 악기들 죄다 가져와서 연주도 하고 나하고 함께 쇼도 할 겁니다. 마술쇼. 그때 꼭 와야 합니다.

    주원은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서 그 쇼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마술쇼겠지. 그거야 그 사람 전문이니까 어렵지 않을 것이고……. 그런데 그 아이들만으로도 가능할까, 오케스트라가?

    ― 다른 도장 애들도 오거든요. 이 주변 도장들하고 연합해서 하는 거라서요.

    뭐 그렇다면 악기는 얼추 맞출 수도 있겠지만, 실력이 될까?

    ―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있어요.

    뭐 기본적인 것은 갖췄겠구먼.      

    


주원은 안 오는 잠을 쫓아다니다 지쳐서 일어나 앉았다. 저녁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 오케스트라. 그 한 단어로부터 수많은 파편들이 생산되어 방 안 허공을 떠돌아다녔다. 주원 자신도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오케스트라에 들어갔었다. 학교, 학원, 교회, 지역 등등. 어린이 오케스트라로 외국까지 다녔었지. 주원의 어린 시절 오케스트라는 지금 생각해도 제법 그럴듯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은근히 자신의 어렸을 적 환경에 비해 편가 동네 환경이 낮을 것 같아 오케스트라라는 말에 의문부호를 여러 개 찍었던 것이 조금 멋쩍게 느껴졌다.

    지금 한국의 수준은 예전 같지 않다.

    그렇다면 한번 해볼 만한 건가…….

    편가가 자신 있게 말한 것도 그런 의미렷다…….

    그리고 마술을 곁들인단 말이지?

    재미는 있겠네…….

    그런데 왜 잠은 안 오는 거야?

    남이 잔치하겠다는 것뿐인데.

    아니야. 거기에서 어쩌면 새로운 세계를 볼 수도 있을지도 몰라.

    ……?

    무슨 세계?

    글쎄다…….

    이 기회에 아이들하고 어울려서 작품 한번 만들어 봐……?

    마술도 하면서.

    음, 혹시 마술은 내가 하고, 오케스트라 지휘는 편가가…….

    아서라.

    주원은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는 한밤의 방 안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다음 이야기]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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