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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dolf Aug 19. 2024

바다식목일을 아십니까?


해초와 해조(바닷말 종류)를 심는 날을 바다식목일이라고 한다. 바다식목일은 1996년 제정된 ‘바다의 날’하고는 상관없다.

    바다식목일은 2013년에 제정되어 매년 5월 10일에 기념하며, 올해 2024년에는 12년째로 경북 포항에서 행사가 열렸다. 바다식목일의 목적은 특히 ‘바다 사막화’ 현상을 막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던 식목일처럼, 황폐해지는 바다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바다식목일은 바다의 날과 마찬가지로 법정기념일로서 세계 최초라고 한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해양국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바다 사막화는 우리의 연안에서 자라는 해조류가 점점 줄어들고, 이에 따라 어류들이 주요 먹이로 삼고 있는 것들이 사라지면서 석회조류가 바위들을 뒤덮는 현상을 말한다. 더군다나 이 현상은 현재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 가히 ‘연안 어류들의 위기’에 해당하는 정도로까지 발전된 상태다.      

    바다 사막화 현상은 ‘갯녹음 현상’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거론되고 있다.

    첫째 - 지나치게 연안을 개발하는 것

    둘째 - 현대사회의 큰 화두인 환경오염

    셋째 - 급속하게 진행되는 기후변화

    넷째 - 성게나 고둥 등의 급속한 증가

    물론 이밖에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위에 소개한 네 가지가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해초와 해조의 구분     


해초(海草, seagrass) | 물속에서 사는 택사목(Alismatales)의 속씨식물. 여기에는 포시도니아속, 거머리말과, 자라풀과, 키모도케아(Cymodoceaceae)과가 해당한다. 택사목에는 13개 과가 있는데 이 중에서 위의 네 종류만 물속에서 살기에 이들을 해초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해초들은 꽃도 피우고 관다발도 있는 등 일반적인 육지 속씨식물과 똑같은 생활상을 나타낸다. (용어들이 어려우니 그냥 넘어가자.) 그러나 다음의 한 가지만은 (필요한 분들만)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김, 다시마, 미역, 파래 등은 해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고 해도 해산물 사랑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음.)


해조(海藻, seaweed) | 해조류는 흔히 바닷말이라 부르며, 바닷속에서 사는 모든 광합성 식물을 뜻한다나. 보통 김, 다시마, 미력, 파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 김은 홍조류, 다시마나 미역은 갈조류, 파래는 녹조류, 미역과 다시마는 갈조류에 해당한다. 혹 미역과 다시마를 식물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들은 식물과는 영 딴판의 종류다. 그보다는 오히려 물속에 사는 짚신벌레 쪽과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나~!) 참고로, 조류(藻類)는 바닷물에서 사는 해조류(marine algae)와 담수조류(fresh water algae)로 나뉜다. 현재 해조류에는 5백 종이 있다고 한다.



바다 숲의 적들 - 고둥, 군소, 성게, 소라 등 (군소는 어두운 바닷물에 사는 연체동물의 일종)

바다 숲의 아군들 - 감태, 다시마, 모자반, 잘피 등     


잘피와 바다 숲     


여기에서 생소한 이름 하나. 즉, 잘피. 다른 말로는 거머리말(common eelgrass)이라고도 한다. 이는 바다에서 꽃을 피우는 유일한 존재인데, 블루 카본(blue carbon)의 대표적인 존재라고도 한다. 잘피는 해초 중에서는 유일하게 꽃을 피우는데, 이들은 바다에서 숲의 형태, 즉 군집을 이루고 있다. 잘피는 어류에게 중요한 서식지를 제공해 주는 한편 산란처나 피난처 역할도 한다. 게다가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기도 해서, 이들이 없다면 바닷속은 그야말로 황량한 사막이 되고 만다. 또한 잘피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산소를 만들기에 ‘바닷속의 허파’로 불리기도 한다.

    참고로, 블루 카본(바다 숲)과 쌍둥이격인 그린 카본(green carbon, 육지 숲, 즉 산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400톤으로 추정할 때, 그린 카본은 110톤, 블루 카본은 100톤에 해당한다. 그러나 면적으로 비교해 볼 때 육지의 숲에 비해 바다의 숲은 1천 분의 1밖에 되지 않아 가성비 면에서 볼 때 블루 카본이 단연 앞선다.      



바다의 날     


한편 ‘바다의 날’은 5월 31일이며, 1996년에 제정되어 매년 경기도 화성의 전곡항에서 기념식을 갖고 있다. 2024년에는 ‘국민에게 희망이 되는 바다’라는 주제를 정해 놓고 여러 행사를 하고 있다. 바다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경제적, 환경적 가치는 물론이고 군사적 전략적 가치나 상징성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4년 바다의 날 표어는 ‘우리 모두 안전해(海)’로서, 특히 바다 생태계를 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다에는 수많은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 이는 곧바로 해양생물들에게 재앙적인 피해로 연결되며, 더 나아가 지구 전반의 해양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예로 바다에 버려지는 생수병을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이나 폐기물은 곧바로 연안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먼바다에까지 영향을 미쳐 수중생물들의 생태계까지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어민들이 사용하는 통발 어구를 회수해 오면 보상해 주는 ‘어구보증금제’라는 것을 시행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자망(刺網) 어구나 양식장 부표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바다식목일을 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바닷마을 인문학     



슬로피시(slow fish) 운동에 참여하는 동시에 갯벌과 바다, 섬과 어촌을 두루 다니며 바닷마을과 바다 생태계에 대한 탁월한 서적을 펴낸 김준 선생은 자신의 저서 《바닷마을 인문학》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삼면의 바다에서 큰 물고기의 90퍼센트가 사라졌다고 한다. 동해에서는 명태가, 서해에서는 조기가 사라졌다. 자연산 대구, 민어, 농어도 귀한 생선이 되었다. 우리 밥상에는 이제 외국에서 수입된 물고기나 ‘잡어’라 불렸던 생선들이 오른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그동안 우리가 즐겨 먹었던 알배기 생선은 물론, 충분히 자라지 않은 물고기를 마구 잡아낸 탓이다. 하지만 그 책임을 ‘기후변화’와 ‘수온상승’에 떠넘기고 있다. 게다가 어패류들과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 바다 숲이나 갯벌을 얼마나 많이 훼손했는가? 해양생물들이 자랄 수 있는 갯벌을 보전해야 하고 바다 숲을 가꿔야 한다."

《바닷마을 인문학》 (김준 지음, 도서출판 따비 발행, 2020년 펴냄) 172쪽에서 인용


[감사의 말] 위의 인용문을 제 글에 싣도록 허락해 주신 '도서출판 따비'에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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