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udolf Aug 01. 2024

황혼녘 나비 잡서

나비들의 황홀한 꿈


나비는 매우 특이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미각이 뛰어나다고 한다. 어떤 이에 따르면 물 1톤, 즉 1,000kg의 물에 설탕 한 숟가락만 타도 나비는 그 단맛을 구분해 낼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게다가 나비는 입뿐만 아니라 다리 등으로도 단맛을 알아낸다고 한다. 나비가 꿀을 찾아서 온 사방을 날아다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비는 발에 있는 감각기관으로 맛을 알아낸다. 그래서 일단 발로 단맛을 찾아내면 곧바로 태엽처럼 돌돌 말려 있는 주둥이가 길게 펴지며 꿀을 빨아들인다.   

    나비는 날개가 얇고 야들야들해서 연약하게 보이지만 실은 생존력이 무척 강하다. 물론 나비나 나방의 애벌레들은 생태계 최하위에 놓여 있어서 대부분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그러나 나비는 생각보다 민첩하고 현명하다. 특히 나비가 팔랑팔랑 느릿느릿 날아다니는 것 같아도 위급한 경우 방향전환을 할 때는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좀 뜻밖이지 않을까? (아닌 분들은 빼고.)


     

연약한 나비(?)     


나비는 때로는 연약해 보이고, 때로는 화려하게 보이는 그 외형 때문에 문학이나 예술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특히 화려한 날개의 나비는 곧장 판타지와 연결되어 우리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예로부터 나비는 영혼과 곧바로 연결되기도 했다. 특히 죽음을 맞아 영혼이 몸에서 떠날 때 나비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팔랑팔랑 날아서 천계에 오르는 나비, 즉 영혼.   

    빠삐용, 파피용(papillon), 불어로 나비. 봄철 하늘에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도 나비는 하늘거리며 하늘을 배회(?)한다. 나비는 주로 주행성이지만, 반대로 (다들 아시다시피) 나방은 야행성이다. 그렇다고 나비와 나방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형태는 거의 비슷하지만 생태가 다른 것이다. 주행성과 야행성. (야행성이라고 하니까 어딘지 음침한 느낌이. . . )

    아차, 한 가지 빠뜨릴 뻔했다. 나비 중에는 참새 크기 정도의 버드윙나비 또는 새날개나비라고 불리는 것도 있다. 열대지방에서 사는 이 나비는 너무 아름다운 탓에 너도나도 잡는 바람에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나비표본 상품으로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지금은 1975년 1월부터 효력을 발휘한 CITES(사이테스), 즉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lora and Fauna)’의 적용을 받아 함부로 채집하거나 거래할 수 없다. (이는 간단히 줄여서 ‘워싱턴 협약’이라고도 하며 대한민국도 1993년에 가입했다.)   

  


나비(butterfly)와 나비(cat)     


“나비야, 이리 온~.”

    옛 시골에서 할머니가 큼직한 멸치 한 마리를 집어들고 이렇게 말하면 누가 가장 먼저 달려(날아)올까?  

    호랑나비? 흰나비?

    사실 누구나 다 안다. 검정고양이가 쪼르르 달려온다는 것을. 그럼 흰 고양이나 얼룩고양이는 오지 않을까? 맞다. 그 두 고양이는 오지 않았다. 이유는? 그 집에는 검정고양이만 살고 있기 때문. (???)

    그럼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른 이유는?      


    1) 고양이가 나비처럼 날아올라서.

    2) 고양이 마음이 나비 마음 같아서.

    3) 고양이 귀가 나비처럼 생겨서.

    4) 원숭이는 옛날에는 날아다닌다는 납(翋)으로도 불렸는데, 여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으나 사실 조금 억지스럽기는 하다. 어떻든 원숭이를 애완동물로 키울 때 ‘나비’로 부르기도 하면서 귀여운 동물에게 나비라는 애칭을 붙인 데에서 나왔다고도 한다나.     

    

이 중에서 적당히 선택하시길. 아니면 어느 누구라도 다른 이론을 제시해 주시면 좋겠다.



이야기가 좀 빗나갔다.

    특이하게도 나비들이 짝을 찾을 때 시각정보에 많이 의존한다는 설이 있다. 마치 사람처럼 외모를 보고 선택한다는 뜻이다. (물론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것은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고도 한다. 즉, 날개의 특정한 색에게 끌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 열대지방에 사는 ‘헬리코니우스 멜포메네(Heliconius melpomene, 멜포메네붉은줄독나비)’와 ‘헬리코니우스 티마레타(Heliconius timareta) 나비’는 주로 붉은색에 반응하여 짝을 찾는다고 한다.      



나비 부인 잡설     


그럼 《나비 부인(Madame Butterfly)》은 어떨까? 자코모 푸치니가 작곡한 그 유명한 오페라. 19세기 초 서양문명이 일본에 들이닥치자 일본인들은 깊이 매료되었다. 그리고 일본의 게이샤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 부인》에 열광하여 이를 3대 오페라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보통 3대 오페라라고 하면 《카르멘》, 《라보엠》, 《라트라비아타》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라트라비아타》 대신 《나비부인》을 넣은 것이다.

    나비 부인의 줄거리를 아주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이러하다. 일본의 한 기생, 즉 게이샤가 미국인 핑커턴 대위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 게이샤의 이름은 쵸쵸상. 두 사람은 결혼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버리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모른 채 여자는 아이를 낳고 홀로 기른다. 나중에 남자는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의 아들만 데리고 미국으로 가려 한다. 이에 절망한 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당시에 일본은 근대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서양에 흠뻑 취해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오페라로 만들어지자 일본인들은 환호했다.

    일본은 1854년에 미일통상조약을 맺으면서 서양에 문호를 개방했다. 반면 조선은 1876년에 이르러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맺으면서 비로소 문호가 개방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조선과 일본의 근대화 시작은 겨우 2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22년이 두 나라의 운명을 극명하게 바꾸어놓고 말았다. 흥선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몰고 온 여파는 그 이후의 역사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 치욕의 기록들을 언급하고자 함이 아니기에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낸다.



나비 꿈과 모기 꿈


다시 나비로 돌아가서. . .     

    나비의 꿈. 접몽, 호접몽(胡蝶夢). 즉 주무시다가 나비의 꿈을 꾸셨다면 어떻게 해석할까? 일단 나비가 꿈에 등장하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여기면 된단다. 임신, 승진, 소원성취 등등 평소에 마음으로만 소망하던 모든 일들이 다 이루어진단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마음이 착해야 한다나……. (물론 그 꿈을 꾼 뒤부터 착해도 무방하다고 방금 나비통신이 전해 주었다…….)

    그렇다면 혹 모기 꿈은 어떨까? 모기에게 물리고, 쫓겨다니고, 사투를 벌이고……. 그러다가 기분 찜찜하게 잠에서 깬다면……? 상관없단다. 일단 꿈을 꾼 것은 길몽이건 호몽이건 예지몽이건 흉몽이건 악몽이건 똥몽(똥꿈/개꿈)이건 간에 모두 좋다고 한단다. 왜냐? 자신이 좋게 생각하면 되니까. 그렇지 않은가?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참고로 하나 덧붙이면, 예지몽(豫知夢)은 글자 그대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꾸는 꿈을 말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멋진 꿈을 꾸시기 바랍니다. 매일매일. 기왕이면 기분 좋은 팔랑팔랑 나비 꿈으로…….



나비 전설

  

경상남도 밀양의 자랑인 영남루(嶺南樓) 옆으로는 밀양강이 도도히 흐른다. 그리고 그 상류의 절벽 위쪽에 천년고찰 무봉사(舞鳳寺)가 고고한 자태로 세워져 있다. 이곳에 또한 태극나비의 전설이 교교히 흐르는데, 그 내용인즉슨 이러하다.

    통일신라시대 말 극심한 혼란의 시기 태조 왕건이 후백제와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 음력 2월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선가 태극나비 한 떼가 몰려드는 것이었다. 그 이후 왕건이 나라를 세우고, 또한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마다 태극나비 떼가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태극나비를 왕명으로 국정접(鞠正蝶)이라 부르며 보호했다고 한다.



    황혼 하늘가 나비의 꿈


    나빌레 나빌레라 너빌레 너빌레라

    파알랑 팔랑팔랑 너울레 너울레라

    나비가 하늘가으로 하늘하늘 흐르다


    사뿐히 날개짓고 호르르 날개저어

    가신님 가시리라 한스레 손을저어

    재너머 동산넘들어 영겁으로 가신님


    꿈속에 오시리라 가신님 오시리라

    저녁놀 물들이며 하늘가 팔랑팔랑

    서러이 하늘거리며 마중하며 나가다


    서녘에 붉은하늘 해넘이 서러우어

    지는해 붙잡고자 날갯짓 나빌너빌

    땅거미 지는들녘에 아우성만 남기다



[끝]

이전 06화 ‘어느 누군가’는 누구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