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3일 사업 준비 일지
전 동료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본인의 일은 티가 안 나서 오리의 다리 같다고. 고상하게 둥둥 떠 있는 것 같지만, 물 밑에서 처절하게 움직이는 오리 다리처럼.
사업을 하려면 좋은 제품만 있으면 되는 것 같지만 그 외에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오늘은 상세 페이지를 만들었다. 워낙 인터넷 쇼핑을 많이 하는지라 상세 페이지는 슉슉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며 상품성에 집중하며 구상하는데, 마지막 영역에서 탁 걸렸다.
상세 페이지의 마지막 영역에는 '이것'이 항상 있다. 바로 '주의 사항'.
안내, 불량의 기준, 배송, 교환, 반품, 고객센터 등 정책이 들어가는 영역이다. 제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제품 소개는 술술 써내려 갔는데, 주의 사항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고객이 컴플레인할 수 있는 여지를 모두 고려해서 꼼꼼히 정책을 짜야했다. 제품이 좋아서 판매하는 게 1차 성과겠지만, 후속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브랜드가 오래갈 수 있을지가 갈리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몇 번 경험했었다. 멋진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빠르게 냈다가, 고객 항의가 빗발쳐 롤백하는 상황들.
브랜드는 제품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브랜드의 밀도는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결정된다. 화려한 제품 이미지가 고객의 마음을 훔친다면, 투박한 주의 사항은 고객의 신뢰를 잡는다.
오리의 발길질이 멈추면 가라앉는 것처럼, 지루하고 보이지 않는 정책들이 탄탄하게 뒷받침될 때 우아하게 유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