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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수

by 이영진

요양병원 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의 병원에 8년 째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14살 소녀가 조용필의 "비련"을 듣더니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와서 손이라도 잡아 줄 수 없냐는 그 부모의 애절한 부탁도 있었다. 당시 캬바레에서 한 곡 부르면, 지금돈으로 3,000만원~ 4,000만원 정도 받을 때였다. 전화 끊고 담배 한 대 피더니, 그날 행사 4개 모두 취소하고 위약금 물고 시골 병원으로 향했다. 소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멍하니 있었다. 조용필이 소녀의 손을 잡고 "비련"을 부르자 소녀가 울기 시작했다. 소녀의 부모도, 주변의 모든 사람도 울었다. 조용필이 여자애를 안아주고 사인 CD를 주고 차에 타는데 그 부모가 돈을 어디로, 얼마 보내면 되냐? 묻자, 조용필은 그들의 손을 잡고 "따님 눈물이 제 평생 벌었던 돈보다 더 비쌉니다"고 답했다.


진짜 가수 /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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