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어.
말뿐인 이야기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 뿐이지.. (중략)
사람은 거북이처럼 제 안으로 온전히 들어가지 않으면 안 돼.
<데미안>, 헤르만헤세, p.88
데미안의 말처럼,
어쩌면 우린 정말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또한, 그 많은 말들 중 나를 향한 말보다, 상대를 향한 의미 없는, 가치 없는 말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나를 향한, 내 안으로 들어가는 말을 한 적이 있었나?
그 말들은 내 안으로 들어가 얼마나 남아있던가?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얘기해 보았던가?
때론 나를 향해 중얼거린다.
때론 상대를 향해 쏟아낸다.
그 중, 의미 있는 말들이 얼마나 있을까?
수많은 말들을 내뱉지만, 대부분은 가치없는 중얼거림이다.
내 안에서 나온, 중얼거림들은 허공에 쏟아져 순식간에 흩어진다. 그뿐이다.
내 안에서 나오지만, 내 안의 나와는 대화하지 않는 중얼거림으로 사라진다.
사라지지 않는
의미와 가치를 담기위해 이제는 달라질 시간이다.
나와 만나기 위한 한 걸음,
책읽기와 글쓰기에서 찾아본다.
책을 읽으며, 나의 뇌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 글귀, 어디선가 봤던 내용 아니었나? 이 내용, 무슨 의미지? 아~ 그 말인가? 아니, 이거! 그 책에서 봤던 거네?!'
내 안에 있던 생각과 정보들을 계속해서 끄집어 내보려 노력한다. (대부분은 가라앉아있기에 잘 끌어당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각의 낚시질을 멈추지 않는다. 언젠가는 아! 하는 깨달음으로 자석에 달라붙듯 당겨질 거라 믿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은, 내 안에 있던 나를 만난다.
나와 만난 생각은, 글이 되어 내 눈에 새겨진다.
그렇게 새겨진 글은 결국, 내 모습이다.
책 읽기와 글쓰기는 밖을 향하는 듯하지만,
거북이처럼, 제 안으로 들어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요즘 나는 그중, '생각하는 나'를 만나는 중이다.
하고 잽이인 나를 나무라고(제발! 생각 좀 하고 일을 벌여~ 무턱대고 시작부터 하지 말고! 응?!), 움츠러들려는 나를 격려한다.(너무 많이 시작해서 다 못해낼까 봐, 어느 하나라도 놓칠까 봐 걱정하는 거 알아. 그래, 다 해내지 못할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생각해 보자! 그만큼만 해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때론 게을러진 나를 만나 격려와 응원도 보내고, 생각이 많아지려는 나에게 단순해져보라고 조언도 건네준다.
'생각하는 나'를 만나, 바쁨 속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내가 만나게 될 나는,
내 안의 나다.
모든 나는, 나에게서 비롯된다.
내 안의 나,
어떤 모습으로 채우고, 어떤 모습으로 만날 것인가.
그 또한 내 안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