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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윗리윗 Oct 05. 2022

가상과 현실 사이 포착된 세상의 단면들

리윗-리윗 인터뷰#7 : 황민규 작가


황민규  Min Kyu Hwang
작가

중앙대학교에서 조소학과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개인전으로는 호텔이매지너리 《아침이면 사라지는 밤 동안의 공상들》(2020), 더 레퍼런스 《기적을 노래하다》(2020), out_sight 《이것은 사랑인가요? これは愛ですか。》(2018),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뒤틀린 sekai》 (2017), 아트스페이스 오 《잊어버린 흔적》(2016)를 선보였다. 응접실(2022), 관천로 문화플랫폼 s1472(2022), 상업화랑(2021), 인사미술공간(2020), 스페이스55(2020), 경기도미술관(2019),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15) 등에서 열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고, 고양예술창작공간 해움 (2022-202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7-2018)에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인스타그램 @hwang_minkyu

황민규 작가는 주로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한다. 최근 작가는 자신과 밀접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담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삶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들을 기록하여 재구성한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허구적 설정 및 현실에서 SF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포착하지만 결국 그것은 현실과 맞닿은 지점을 보이기 위한 장치이며 메시지의 핵심은 지금 이 순간,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업 속에서도 계속 어떤 가상적 설정들이 들어가지만 결국 메시지의 핵심을 지을 때는 현실로 돌아가 버리거든요. 현실을 바라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게 제 작업의 메시지인 것 같아요.

가상과 현실의 경계, 그 안에서 포착되는 현실, 그리고 미래를 향한 세상의 단면들을 개인적 역사의 편린들로 진솔하게 담고 싶어 하는 황민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황민규 작가 작업실 풍경, 고양예술창작공간 해움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현상에 주목합니다. 특히 1980-90년대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세기말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동시대의 불안정한 사회의 단면을 포착합니다. 작업의 형식은 일상 속 상황을 기록하고 그것을 재구성해 나가는 모큐멘터리, 서브컬처의 이미지와 형식을 레퍼런스 하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 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 사진 콜라주 등의 방식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작품 전반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문법, 영화의 OST 등 다양한 대중문화적 요소를 차용하고 있는데요. 설명 부탁드려요.

중학교 때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어요. 일본 문화가 개방되고 <에반게리온 극장판>이 나온 지 얼마 안돼 사회적 영향력이 클 때였는데요. 이후 관심사가 바뀌면서 딱 90년대의 만화 정도로 관심이 머물러 있었어요. 그런데 국내의 재난 상황들, 특히 11년도 일본의 대지진을 보면서 집에 있는 프라 모델이 다 플라스틱 덩어리처럼 느껴지고 가지고 있던 의미가 다 사라져 버리더라고요. 뭐라 할까 로봇물에서는 어떤 위기 상황들을 너무 쉽게 해결하잖아요. 내가 환상, 존재하지 않는 거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하고 있었나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현실과 분리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얘네가 돌아가야 할 곳이 가상 세계라 생각해 프라 모델을 녹여 영상에서 부활시키는 <2015:virtual odyssey>(2015) 작업을 했어요. 그리고 더 이상 관심을 안 갖다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제3의 과제전》 때 그 작업을 공개했고 반응이 좋았어요.

그 후 일현미술관 <일현 트래블 그랜트>(2015) 공모전에서 ‘덕후 문화 탐방기’라는 아이디어로 선정돼 일본을 가게 됐죠. 신혼여행 겸 갔는데 어릴 적 추억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근데 좀 유감스러웠던 건 정신병원에서 살인 사건, 일왕 퇴위, 지진 등 사회적인 이슈 및 심각한 사건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 망각된 행동을 보이는 거예요. 그 느낌이 너무 낯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걸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싶었고 이 느낌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어요.

그 느낌을 살려보고 싶어 작업한 게 <나를 지켜줘>(2017)에요. 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을 적극적으로 레퍼런스 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어린 시절 설렜던 것에 대한 구현이면서도 제가 일본에서 느꼈던 가상과 현실이 충돌되는 그 미묘한 지점들을 건드리고도 싶었고 그러면서도 당시 벌어졌던 정치적인 것들도 다루는 요상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죠.

그게 첫 번째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어떤 것들을 차용하고 싶었던 이유이자 목표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복합적인 것들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 작업들도 애니메이션적 요소들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좀 더 SF로 확장된 것 같아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세기말적 혹은 사이버펑크(cyberpunk)적으로 가는데 아무래도 제가 살고 있는 이 서울을 그런 느낌으로 다가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2020년 코로나가 터지면서 제 이야기들이 좀 더 설득력이 생기게 된 것 같고요. SF에 영향을 받고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의도한 게 아니지만 SF에 차용된 요소들이 그전에 추상적이었다가 점점 현실적으로 맞닿고 설득되는 요소가 되어 버린 것 같아요.

<2015:virtual odyssey>(2015), HD video, 3분, 스틸컷, ©황민규

코로나 이후 저희가 SF로 상상했던 게 빨리 현실이 돼 버렸죠.

네. <야생 속으로>(2020)가 사실은 <나를 지켜줘>(2017) 후속 작업인데요. 사용된 요소라든지 방식, 연출법이 달라진 게 없거든요. 근데 훨씬 현실적으로 돼 버린 거죠. 그전에는 되게 추상적이고 오타쿠적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너무 현실적이니까 사회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증이 더 많이 생긴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저는 처음부터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작업하기보다 점점 영상 속 요소들이 현실로 적용되며 할 수 있는 말들이 더 많아지고 레퍼런스 된 것들이 하나의 예언적 장치들마냥 실제 구현되는 것들이 재미있어요.

<야생 속으로>(2020), HD video, 12분, 스틸컷, ©황민규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작업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요. 클리셰적 영웅 서사에서는 영웅이 맞서 싸워야 될 세계나 적이 명확한데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작가님께서 반복적으로 소환하는 영웅이 어떤 식으로 현실하고 관계할 수 있을까요?

<나를 지켜줘>(2017) 같은 경우 만화적(세카이계) 연출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거기에 유일하게 빠져 있는 게 사실 영웅이거든요.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영웅이 전혀 나오질 않아요. 영웅은 말로만 등장하죠. 전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영웅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이유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 드는데 저는 그게 어떤 면에서 종교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계속 소비하고 위안받고 의지 하게 되는 건데 그게 쏙 빠진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너무 참혹하고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은 그게 없는 걸 아니까 창작물을 통해 위로받고 있다 생각하는데 저는 그게 특히 일본에서 계속 현실을 망각시킨다고 생각했거든요. 현실을 바라보지 않는 느낌. 그래서 <나를 지켜줘> 이후 영웅 부재에 대한 이야기로 계속 가다 보니 좀 우울하게 가는 거 같아요. 특히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장치로서 영웅을 사용한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우리에게 불편한 사건, 사고들이 있잖아요. 그런 거를 다루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시사 방송도 있고. 그런 거를 일부러 피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거든요. 좋은 거 보고 살기도 바쁜데 왜 내가 그런 불편을 느껴야 되나 하는데 그게 나중에 살아가며 위기에 직면할 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얻어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세상의 부조리를 내가 알지 못하면 정의롭지 못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 들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작업 초반에 유기견을 소재로 한 작업을 시작해서 그런지 그런 정신의 결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영웅이 없기 때문에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나를 지켜줘>(2017), HD video, 25분, 스틸컷, ©황민규

최근 작업들을 보면 주변 누군가의 삶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작업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결국 저한테 제일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반으로 작업하는데 그 당시 시대정신이 반영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나를 지켜줘>도 아베 신조가 가장 힘이 강했을 때 배경이고 <야생 속으로>도 코로나가 막 터졌을 때라 그 당시의 공포가 가장 잘 남겨져 있다 생각하고 결국 제 작업이라는 게 그 순간의 어떤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제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이 돼 작업하는 건데 결국에는 이게 계속 가다 보면 저라는 사람이 어떤 역사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더 크게 놓고 보면 하나의 거대한 로맨스물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물론 작업에서 그렇게 보이지는 않겠지만요. 왜냐하면 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 순간을 담는 거고요.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은 저희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 들고요.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에는 작업 속에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빠지지 않는다는 생각 들어요. 가장 감성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인물을 대상으로 한 저의 역사물이라고 정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게 제 작업의 가장 큰 차별 지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 작업의 특징 중 하나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려하는 지점이라 생각하거든요. 인물들의 행동이 너무 리얼하다 보니까 진짜 같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건 드라마적이죠. 그 헷갈리는 지점이 제 작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건 그만큼 가까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타인과의 교류에서는 그런 섬세한 순간들을 담아낼 수는 없다고 생각 들거든요. 이야기,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조작된 건 전혀 없어요. 어떤 대화를 하거나 할 때는 전부 다 리얼이죠.

<터전의 끝>(2020), HD video, 35분, 스틸컷, ©황민규

<정월>(제작 중) 작업에서도 어머니와 아내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설명 부탁드려요.

어머니에 관한 작업을 해야겠다 생각하며 촬영하던 중 갑자기 코로나가 터졌어요. 구상하던 내용에서 완전 리셋돼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 사회 도래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어 버렸어요. 제 고향이 부산이에요. <정월>은 부산 해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코로나가 심각하게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평화로웠어요. 바깥 세계와 다르게 통제되어 있는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까 SF적 영감들이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이전 작업까지는 가령 ‘우리는 이런 사회를 살지 몰라’ 같은 완전히 추상적으로 가상과 현실을 테마로 했다면 이젠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느낌으로 작업하게 됐고 그러면서도 앞으로 새롭게 터질 재앙에 대한 예언 같은 느낌을 심어 놓았어요. 코로나 터졌을 때도 ‘이게 현실이 맞아?’ 이런 얘기를 많이 했잖아요. 도시 풍경도 영화에서 보던 이미지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홍콩도 SF 배경지로 많이 쓰이잖아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실제로도 어머니를 추적하다 보니 의료 시스템도 너무나 잘 돼 있어서 그런 것도 미래적으로 느껴져요. 작업에 특수 효과가 거의 없거든요. 진짜 다큐멘터리적으로 찍었는데도 특수효과처럼 보이게 하고 그런 느낌으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정월>(제작중), 4k video, ©황민규

작업을 통해 크고 작은 재앙 속에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많은 SF 철학이나 소설 등에서 하는 궁극적인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자기 주체성을 갖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느꼈거든요.  또한 그런  같아요. 제가 어떤 망각된 사회를 보여주고 불안정한 미래에 대해 계속 놓고 있으면 결국에는 개인이라는  작은 존재일지언정 본인의 주체성을 가지지 않으면  물결에 휩쓸릴  있다는  보여주고 싶었던  같아요. 단적으로 놓고 보면 작년까지 핫했던  주식과 코인이잖아요. NFT 마찬가지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누군가의 거대한 자본의 설계에 의해 작은 개인들이 반응을 했는데 ‘너도 하니 나도 해야지하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 생각이 들어요. 하나의 물결에서 본인이 주체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정말 위험에 빠질  있다는 생각이 들어  현실을 계속 바라봤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그러니까 작업 속에서도 계속 어떤 가상적 설정들이 들어가지만 결국 메시지의 핵심을 지을 때는 현실로 돌아가 버리거든요. 현실을 바라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게 제 작업의 메시지인 것 같아요.


어떤 세상을 작업에 담고 싶고 어떤 세상을 꿈꾸나요?

그간 제가 SF적이거나, 디스토피아적인 걸 가져오면서 얘기하는 건 디스토피아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가져오기보다 현실을 구현하기 위한 건데 그냥 객관적으로 보고 싶은 거거든요. 그러니까 서브컬처적인 것들을 가져오지만 앞으로의 현실을 구현하는 방법론으로서 저는 사용하는 것 같아요. 설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현실을 담아내기 위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제 작업에서 항상 비춰지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을 개인이 어떻게 생각한다고 바뀌어지기에는 불가능한 지점을 계속 건드린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세상이 더 거대하게 느껴지고 개인이 작아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 나아가서는 개인이라도 지혜롭게 살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런 지점에서 현실의 무서움을 더 보여 주려고 하는 거고 그냥 어찌어찌 살겠지라고 하는 순간 정말 위협에 빠질 수 있는 거잖아요. 결국 지혜롭게 살아가는 개인이 많아지면 사회가 바뀌는 거잖아요. 개인의 지혜로움이 되게 필요하다는 생각 해요.

 

요즘 관심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멋진 신세계』(1932) 『1984』(1949) 『기억 전달자』(1932),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1968) 등 옛날 소설들을 보면 저자들의 통찰력이 놀라워요. 가장 소름 돋았던 건 제가 작업에 설계해 놓은 어떤 구조들이 이미 거기에 다 있더라고요. 옛날 소설들을 보니 사회적인 체제, 이념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다 보니 SF가 된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지금 우리 도시도 그런 것 같아요. 하나의 질병으로 갑자기 미래로 껑충 뛴 느낌이 들잖아요. 소설도 그런 식이더라고요. 핵전쟁에 의해 도시가 이렇게 바뀌었고 폐허가 됐고. 지금도 질병에 의해 도시가 더 시스템화 되고 그리고 더 주거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가상 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기고 또 코인이나 메타버스나 순간적으로 관심이 가상으로 몰리는 것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니까 더 가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일련의 사이버 스페이스는 80년대 문학에서 너무나 관심을 가졌던 설정인데 이게 지금 현실로 구현된 느낌이라 재밌더라고요. 지금 SF 소설을 보니까 현실을 보는 게 더 흥미롭고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런 것들이 이미 있단 걸 알고 무의식 중에 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이거를 레퍼런스 삼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 어떤 작품에 있어서는 이 레퍼런스들을 잘 버무리고 구현하고 믹싱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왜냐하면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원형보다 파생된 결과물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게 영향을 많이 주므로 시각적 구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좌) 『기억 전달자』(1932), 로이스 라우리 / (우)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1968), 필립 K. 딕

지금 말씀하신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내년 예정된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개인전(7월 예정)에 반영될 것 같다는 생각 들어요.

어떤 지점에서는 유토피아처럼 묘사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머니’라는 주체가 있어 거기서 오는 그 평온함이 꽤 묘사가 돼 있거든요. 또 그것도 무너뜨리고 또 하나 거대한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해요. 이번 작업은 제 기준에서는 되게 밝다고 생각해요. 배경으로 하는 부산은 워낙 거대한 관광지다 보니까 송정에서 해운대까지 해양 열차가 새로 생겼는데 거기가 원래 어머니랑 자주 그 열차 길을 걷고 하던 프라이빗 한 산책로였었거든요. 원래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기장에 있는 아난티 코브랑 그쪽 가기 전에 보면 이제 롯데 아울렛, 이케아 있거든요. 집이 그쪽이라 작업의 주 배경지죠. 완전히 이색적이잖아요.

그냥 그렇게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아요. 영감 받았던 이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면 효과적일까 생각했던 게 오타쿠적 문화였고 지금 또 이제 어떻게 하면 현실적인 거를 잘 구현할 수 있을까 했던 게 SF 특히 디스토피아적 문학들인 거죠. 딱 그 당시 촬영했었을 때 느낌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서브 컬처 레퍼런스를 일부분을 계속 차용해서 하는 것 같아요.

<정월>(제작중), 4k video, ©황민규

결국 작가님의 이야기죠.

맞아요. 결국 저의 하나의 거대한 역사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는지를 고약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거죠.




Credit

기획 / 인터뷰 | 리윗-리윗(이재화 이현경)

편집 | 이현경

자료제공 | 황민규

문의 | leewithx2@gmail.com

인스타그램 | @leewithx2

ⓒ2022. leewith-leewith, Min Kyu Hwang.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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