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산문시

by 이월

둥그런 사과 반쪽을 쪼글 한 손바닥에 올려서 숟가락으로 벅벅 긁어댄다.

햇볕에 탄 갈색 손 위로 사과즙 빗방울이 톡톡히 떨어져 내린다. 몇 번의 갈기 질에 수저 절반을 겨우 채워 어린 손녀의 이름을 부른다.

거실과 방을 토끼처럼 뛰어다니던 아이가 불쑥 머리를 내밀어 한입 먹고는 또 바삐 간다. 작은 집안에서 할 일이 참 많은가보다.

희고 노란 사과가 움푹 파여 껍질에 수저가 닿을 때쯤 얇아진 사과를 물고는 요리하는 딸들의 달그락 소리. 각자 제 새끼들을 엄마 집에 풀어놓고는 이제는 제법 엄마 흉내를 낸다.

사과도 있고 수저도 있고 나도 있지만 엄마는 없어서 내가 잡은 숟가락. 천년만년 잡고 싶다가도 놓아질 때를 깊게 바라게 되는 둥근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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