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고양이

by 이월


한동안은 네가 없다는 걸 잊어서, 꿈에서도 문뜩 너를 살아있는 채로 생각하여 살아있는 모습으로 함께 했다가. 어느 날, 네가 없다는 것을 꿈에서 인지한 순간, 정말로 네가 없는 일상을 꿈에서도 지내더라. 이제 꿈에서 조차 못 보게 되어 버린 것 같아 원망하고 싶은데 무엇에게 탓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던 날이 있었지. 종종 꿈에서 만나는 날이, 별일 없이 함께하는 일상이 생각보다 짧아져 버린 것 같아서 남은 긴 세월을 죽은채 너를 되새김질해야 하는 것이 잠시 막막하였다. 그리워하면 아프고 싫지만 아프지 않으면 흐려지니, 생채기에 딱지가 생기지 않게, 새살이 돋지 않게 긁는 사람처럼 굴었다. 네가 흐려지는 때는 내가 널 만나러 갈 날에 가까워질 때쯤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사람의 뇌라는 게 자기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네가 조금씩 실려 가버리는 듯하다. 그래도 언젠가 너를 떠올릴 때 그런 애가 있었지 하고 무심히 기억하고 싶지는 않고, 시간이 지나도록 너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싶은 마음이다. 꿈에서도 너의 지금을 알게 된 나는, 이제 어쩌지 라는 생각도 안 하고 어떻게 하자는 다음의 마음도 먹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그러다 늘 보던 집이 아니라 꿈속의 모르는 곳에서 오랜만에 너를 만났다. 골목길도 아니고 어느 실내도 아닌, 깨끗하고 넓은 곳이었으니 자연스레 하늘나라인가 생각했다. 네 덕에 하늘나라 구경도 다 해본다. 너는 살이 더 쪘더구나. 그것도 많이. 토실토실 흔들리는 뱃살에 건강 걱정이 잠시 들었지만, 그래. 그곳은 살이 쪄도 건강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곳이겠지. 내 곁에 오지도 않고 서로 간격을 두고 서서 서로를 보았던 기억으로 꿈이 끝났다. 내 고양이의 다정함이 퍽 웃기다. 종종 나를 챙기듯이 와주고, 너답게 다정한 몸짓 없이 안부만 보여주고 마는 것이 참 너다워서 좋다.


엄마와의 통화에서 가끔 집에 오는 까만 고양이 이야기를 했었다. 살이 쪘다며 혹시 임신한 것이 아닐지 걱정하던 대화 후 며칠이 지나 네가 살이 쪄서 꿈에 나왔다. 과학적이니 이성적이니 그렇게 생각하면 네가 왜 살이 찐 모습으로 오랜만에 꿈에 나왔는지 추측해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있지만, 그런 걸 핑계로 와준 걸지도 모르지. 네가 없음을 알아도 꿈에서 만날 수 있구나. 나는 상상도 못 한 방법을 너는 무심히 그냥 해주었구나. 너는 언제나 나보다 참 강하구나. 다음에도 널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다음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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