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 + 브런치북 완결 후기
하얀 달이 두 눈에 하나씩 박혀있네
달이 커지면 앞을 보지 못하오
젊은 나이에도 달의 크기가 제법 되는 걸 보니
날 때부터 품고 왔나 보오
사계가 지나고 오늘이 오면
달을 들여다봐야 하오
돌아가는 길
책과 그림이 덜그럭 소리를 낸다
저녁밥 냄새가 요란하게 운다.
<후기>
안녕하세요, 이월입니다. 처음 인사를 드립니다. 1월 18일부터 주 1회 에세이를 올리기를 시작한 것이 9월 7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꾸준히 찾아주시고 '좋아요'를 눌러주신 독자분들의 마음에 감사를 표합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주 1회 글 올리기를 시작한 일에, 다른 분들이 찾아주실 거라는 기대하지 않았었습니다. 오가다 보시는 분들은 있겠지만 매주 와주시는 분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좋아요의 숫자가 쌓이고 구독자 알람이 뜰 때면, 왜?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글이 재미있나, 괜찮았나 하며 읽는 분들의 감상이 궁금하다가도 진짜로 읽으신 건가 하는 의심도 한 적 있습니다. 시간을 써가며 저의 글을 읽어주심에도 명랑하게 기뻐하지 못함에 죄송한 마음을 보냅니다. 생각보다 긴 분량임에도 대단한 내용이 아닌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신다는 사실에 부끄럽기도 하여 괜스레 ─읽지 않고 방문 흔적만 남긴 걸 꺼야 라며─ 다른 마음을 먹은 듯합니다.
글을 꾸준히 올리게 된 계기는 거대한 목표나 열의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혼자서 글과 그림을 즐기던 어느 날, 돌아보니 그동안 해온 것들이 성과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뭘 해보자는 생각─예를 들어 책을 만드는 일─을 했던 건 아니지만, 그림과 글 모두 한곳에 모으지 않고 여기저기 마음 가는 노트에 작업을 해서 흩어 놓으니, 눈에 보이지 않아서 결과물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한곳에 모아서 올리자는 생각을 했고, 혼잣말처럼 취미 삼아 작업하던 것을 공개해 보기로 한 것이 지금까지 왔습니다.
주 1회 마감은 의도한 것이 아녔습니다. 가끔 쓰는 글을 올릴만한 곳으로 브런치를 선택했더니, 브런치 시스템상 글을 올리는 요일을 선택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요일을 정하고 나니 매주 마감을 하는 것으로 설정 되어서 맞춰 올리게 되었습니다. 밭한 일정이 당황스러웠지만 읽는 분들과 그리고 스스로와 약속을 한 것 같아서 지켜내려 했습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설명서를 안 읽는 타입이라서 브런치 북이 최대 30개의 글까지 올릴 수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글을 올리려고 들어갔더니 안된다는 안내창이 뜨더라고요.* 이왕 이렇게 다음 편도 써버린 겸에 <93년의 일상 2>로 이어볼까 합니다. 다만, 한 권 끝냈다는 핑계와 세이브 원고를 써둘 겸 잠시 쉬었다가 올 듯 합니다.
*그래서 후기 글도 전에 올린 게시물에 구겨 넣듯이 덧대어 올립니다
주 1회 마감에 쓸 에피소드가 생각이 안 나는 날에는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 내가 끝내야 끝나나, 그렇다면 언제 놓아도 괜찮은 건가 고민했었습니다. 친절히 분량이 정해져 있다는걸 모르고 달려왔네요.
종종 산문시도 섞어서 올렸는데 괜찮으셨는지요. 글도 시도 배우지 않은 저의 막무가내를 읽으셨을 때 나쁘지 않다고 느꼈기를, 읽는데 들어간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기를 바랍니다. 읽으시는 분들의 소감이 궁금한데, 브런치는 댓글이 유료라지요. 저는 그냥 좋아요의 알람이 울리면, 보이지 않는 독자분들을 상상하겠습니다.
제 본업은 그림 쪽입니다. 정말 다양한 그림을 그리지만 인스타그램에는 펜화를 위주로 올리고 있습니다. 글을 잠시 쉬는 동안 인스타에서 만나 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놀러 와주시고 아는 척해주시면,’충격! 브런치 독자 실존해'라는 뉴스 타이틀이 머리에서 울릴듯싶습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반가워할 테니 다가와 주세요.
@lee2_wol
<93년의 일상 2>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5.09.14 이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