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모집

by 이월

어느 사이트의 투고 모집 주제 중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봤다.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모집하고 있었다. 그들이 겪는 일을 청춘이라는 주제로 즐길 수 있도록 글을 써서 보내달라는 것인데, 내 나이가 딱 모집하는 나이와 같았다. 청춘 주제에 투고 할만한 적당히 청춘다운 고민과 스스로에게 아자아자 파이팅 하며 끝내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요모조모 끄적이다가 씅질이 났다. 청춘이라는 주제에 맞는 적절한 고뇌가 담겼는가, 일기처럼 자책의 글이 많지 않게 조심했는가, 한두 줄의 유머 포인트가 있는가. 배합을 보다가 다시 쓰기를 세 번째, 청춘이 뭔데 하고 화가나 버린 것이다. 지나고 나야 아는 것이 청춘이라는데 지금 청년이라고 청춘을 알 턱이 있나.

청년인 나는 허리 디스크로 인해 척추 나이가 4, 50대라서 가끔 출퇴근길도 버거울 정도로 청춘답지 못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와중에 어르신이 서 계시면 건강한 척 자리를 양보하는 눈물겨운 청춘의 아침을 시작한다. 아날로그 부모에게 성장하여 디지털 교육을 받은 90년대생답게 성실히 회사에 다니면서도 은퇴 후나 혹은 경력 단절을 걱정하며 퇴근 후 N잡러가 되려는 저녁의 노력을 뒹굴뒹굴한다. 그 노력이 이온 음료 CF에 나오듯이, 힘들어도 난 해낼 수 있어! 라며 쾌남처럼 웃으며 노오력 하는 모습이 아니라, 이게 맞나, 나는 왜 이리 게으른가, 돈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SNS에 올리면 괜찮으려나, 매일 인스타 릴스를 올리면 홍보가 된다니 그걸 사람이 할 수 있는 거임? 이라며 ‘이거’와 ‘맞냐?’의 단어를 애매한 중저음으로 입에서 굴리다가 명확한 목표와 방법이 제시되는 폰 게임을 하기 일쑤인 나날. 내 나이를 청춘이라고 한다면, 내 일상이 듣고 싶은 청춘 이야기에 포함된다면 독자의 마음은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맑은 여름이 아니라 찝찝한 장마철이 될 수도 있다.


교육과정이 바뀌기에, 고3 수능을 망치고 재수하면 더 힘들어질 거라는 말을 싫어했다. 재수할 것도 아니었지만 그 말이 수험 생활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요즘 애들이 제일 힘든 세대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딱함도 싫었다. 월급에서 적지 않게 떼가는 세금이, 우리 세대는 젊은 노동인구보다 노인인구가 더 많아서 못 돌려받을수 있다는 말로 이어져서 들렸다. 빠른 변화 속에 우리 나이 때는 모르모트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피해의식이 생긴다. 90년대생들이 딱한 아이들이 되면 그 뒤에 2000년대생들에게는 대책이 세워질지도 모른다. 그것은 다행인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인가.


청춘이라는 주제를 5060에게 주면 더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다. 동년배에게는 그때 그랬다는 감상을 주며,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한 이야기로 와닿을 테니 분명 그럴 것이라 믿는다. 그들은 이미 지나온 과거의 일이라서 결과도 알고 있고, 더 좋았을 방법도 지금은 깨달았을 것이다. 이러니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얼마나 마음이 편하겠는가. 모집 나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투고한 다른 젊은이들의 글이 궁금해진다. 노을 같은 낭만을 담아냈을까, 천둥벌거숭이 같은 행동으로 하하호호 웃었던 에피소드를 풀어냈을까. 그리고 주최 측이 어떤 글을 선정했을지도 궁금하다. 내 생각대로 그들은 뽀송한 청춘의 글을 택했을까 아니면 녹은 커피 사탕 같은 눅눅한 것도 현실이라며 집어 들었을까. 커피 사탕 같은 글을 골랐더라도 분명 너무 아프지만은 않은, 달콤한 향의 글을 택할 거라는 못생기고 못마땅한 마음이 든다. 낭중지추 같은 분이 투고해서 MZ 같은 무심함이 아니라 X세대 같은 뾰족함으로 청년에게 청춘의 글을 쓰게 한 분들의 뒤통수를 때려줬으면 좋겠다. 아픈 허리를 달래가며 해가 지도록 타자기 앞에 앉아 있다가 씅질이 나버려 타자기 소리가 총소리인 것처럼 두드렸다. 분명 못난 모습으로 글을 적었지만, 한 번쯤은 임금님 귀에 대해 소리치고 싶어지는 마음을 헤아려주시기를.


청춘은 마냥 좋은 게 아니래요, 청년이라고 청춘을 누리진 못해요, 이 주절거림도 사치라고요?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불쌍하게 여기지도 말아 주세요. 심보가 난 마음을 청춘의 반항심이라고 포장하여 글을 마무리 한다.


“안녕히 주무세요,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저는 내일도 지하철 자리를 양보하며 출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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