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歸鄕)

산/바다_300자 소설

by 이월

대장이 실종됐다. 마지막 메시지는 [지구에서 등산 중.] 지구의 대부분이 바다에 잠긴 2XXX년, 농담이라 생각했다. 혹시 사이렌병에 걸려 물에서 살 수 있다고 믿게 된 걸까. 그를 찾기 위해 바다로 내려갔다. 깊어질수록 장비를 벗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이게 병이구나. 벗으면 안 돼.’


돌아서려던 순간,


“야호! 완등!”


해저 산맥 위, 대장이 아무 장비 없이 웃고 있었다.


“오! 진수 왔어? 장비를 벗어.”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알몸이었다. 몸에 비늘이 돋고 숨이 편해졌다. 우린 병든 게 아니라 돌아온 거였다.


소제목에 적힌 주제 (산/바다)에 맞춰서 300자 이하로 쓴 SF소설입니다.


-긴 글로 내용 설명 :

미래에 바다로 채워진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병이 돌기 시작합니다.

병명은 '사이렌 병'. 물에서 살 수 있다고 믿으며 물이 가득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폭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주인공 팀을 이끄는 대장도 사이렌 병에 걸렸는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지구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혔고 남긴 메시지는 [지구에서 등산 중]이었습니다. 지구에는 등산을 할 만한 곳은 없었습니다. 대장을 찾는 수색팀에 들어가 장비를 입고 지구의 바다에 들어간 나.


바다로 들어갈수록 장비들을 다 벗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벗으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을 알기에 수색을 포기하고 귀환하려던 차에, 대장과 마주칩니다.


장비 없는 맨몸으로 해저산맥 위에 올라간 대장. 바닷속임에도 대륙과 같이 중력이 작용하는 듯해 보입니다. 해맑은 그의 모습에 놀라고, 장비를 벗으라는 권유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모든 장비를 벗어 버립니다.


알몸이 되자 우주 그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됩니다. 우주에서 돌던 사이렌 병. 그것은 병이 아닌 본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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