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셋이나
운좋게 손에 쥐었다
빨갛게 익어가는 점점이
실금 같은 아픔이 따랐는지
잎새에 그림자가 무늬졌다
가을은 진정 그런 편지다
봄 여름 지나는
때로는 힘찬 환희와
때로는 힘든 생활의 무게를
켜켜이 이파리에 정직하게 쌓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되어
그저 삶이 살아온 자국 그대로
마지막 여물어선 지상으로 나린다
그리고 운좋게 가을을
쥔 사람들에게
자기 온몸으로 이게, 삶이다
한다
가을은 우주보다
깊고 영혼 가득한 편지다
2015.10.14 이원일 찍고
2015.10.28 이은경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