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 한창이던 어느 점심시간, 교정의 활짝 핀 매화를 찍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을 찍는 줄 알고 여학생들이 뷰파인더 너머 당당하게 포즈를 잡았습니다. 장난기가 들어 프레임을 옮겨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 얼굴 위에 매화꽃을 피웠습니다. 나중에 인화하고 “봄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써서 교실에 붙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사진 주변을 색분필로 장식하고 학년말까지 떼지 않았습니다. 이 사진은 학생들이 아껴준 만큼 소중한 사진입니다. 그 봄은 이미 과거이지만 학생들이 피운 사진 속 봄은 영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