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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Dec 31. 2018

그렇게 살아보는 수밖에

소설가가 되지 못한 어느 작가 지망생의 성찰

그렇게 살아보는 수밖에




- 소설가가 되지 못한 어느 작가 지망생의 성찰






Selfportrait. ©leewoo, 2018






세상은 내게 묻곤 했다. 너는 장차 무얼 할 거니, 학교를 졸업하면 무엇을 할 거니, 하고 말이다. 그럴 때면 나는 대답했다. 소설가가 될 거예요. 나는 확신이 있었고 자신도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곧 등단할 거라고, 유명해질 것이라고, 그리고 작가로서 성공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스스로를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시간은 한 해, 한 해가 흘렀고, 소설가를 꿈으로 떠벌린지도 어느새 언 오 년이 지나버렸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허나 신춘문예와 각종 문예지, 그리고 출판사에 보낸 나의 원고들은 소식이 없었다.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나는 언젠가부터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소설가가 되지 못한 나 자신이 말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말을 줄였고, 만남이 싫어졌으며,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소설가가 되지 못할 두려움과, 체념을 부추기는 걱정의 시선과, 조소의 목소리들이 두려워서.

이번 문학동네와 창작과 비평의 신인상도 나의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달 말 다가올 또 다른 문학상을 준비한다. 우기(雨期)—. 그간, 우중충한 날들 속에서 정말 오랜만에 햇살을 마주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란 무엇일까. 소설가라 불리는 것이 소설가일까, 그렇게 인정받는 것이 소설가일까. 그렇다면 두 편의 장편과, 열다섯 편의 단편을 쓴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또다시 좌절인가. 그러나 나는 문득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햇살을 바라보며 어떤 희망을 다짐했다. 소설가처럼 오늘 하루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소설가라 불리지 못했다 하더라도, 소설가라 인정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불리는 것과, 그렇게 인정받는 것, 그리고 그런 삶을 사는 것.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고, 무엇이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일까. 잘 모르겠다. 지금의 나로선, 그렇게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 2018년 1월 어느 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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