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운 타락

한낮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던 나의 진중한 타락

by 이우

내게 이십 대라는 십 년의 세월은 모색의 시간이었다. 나고자란 일체의 세계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동시에, 전혀 새롭고 지고한 가치를 찾고자 했던 시기였다. 그 반항적 사상의 모태가 된 것은 니체의 사상들이었다. 그는 새로운 인류, 초인들이 나아갈 곳을 선악의 경계와 도덕의 장벽이 무너진 저너머의 세계라고 보았다. 짜라투스트라와 니체 전집을 읽으며 그의 무덤에 찾아갈 정도였으니, 어느새 나는 니체의 삶처럼 세계 그 자체를 부정하고 있었다.


니체의 사상의 대전제는 기독교 세계의 부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기독교라는 신앙의 세계를 하나의 가치관의 세계로 바라본다. 신앙은 그 구약에서 보여지는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신은 인간을 도덕적으로, 사상적으로, 행동적으로 제약한다고 봤다. 기독교의 세계는 그저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말이었다. 신은 죽었다. 이 말인즉슨 인류 역사상 전례 없던 자유인의 탄생을 의미했다. 19세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전 유럽이 니체적 허무주의에 물들어갔고 기존의 역사와 질서 그리고 사상을 파괴했다.



이 시대의 초인이 되고 싶었던 나는 니체의 무덤까지 찾아가 보았다. ©leewoo, 2017



나도 그렇게 니체적 세계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 시대와 사회가 도덕과 비도덕으로 구분 지어놓은, 선과 악으로 구분 지어놓은 경계를 초월해보리라. 모로코에 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금기로 여겨지던 대마초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마약은 악으로, 비도덕적으로 상정해놓으면서 어째서 그것을 사용한 작가들의, 음악가들의, 화가들의 작품들에는 환호하는 세계가 우습게만 느껴졌다. 작가가 될 것이라고, 초인이 될 것이라고 꿈꾸던 나는 사회의 악과 비도덕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모로코의 해안도시 탕헤르에서였다. 그곳은 대마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허나 막상 구입하려니 무섭고 두려웠다. 허름한 시장 골목을 거니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대마를 찾습니까. 가슴을 두근거리며 대마를 샀다. 호텔에 돌아와 그가 알려준 대로 대마를 말았고, 불을 붙였다. 아, 어머니, 저는 이렇게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연기를 내뿜으며 나는 이렇게 타락한 인간이 되고 말았노라고, 모든 게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고, 나의 순수했던 시절은 끝났다고, 나는 이제 세계에서 추방되고야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 나는 카인이 되고 말았다!


대마가 너무 많았다. 챙겨 거주하고 있던 라밧으로 돌아갔다. 같은 건물에 살던 친구들에게 대마를 보여주며, 나도 그들의 세계로 타락해 들어왔음을 음울하게 고백했다. 참, 모로코에서는 합법은 아니지만 공공연하게 사람들이 대마를 피곤한다. 오히려 술을 대마보다 해악 하다고 여긴다. 친구들은 내가 내미는 대마를 보더니 고갤 갸우뚱했다. 그리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았다. "이건 말린 파슬리잖아! 으하하." 그들은 폭소를 터뜨리고 배꼽을 잡으며 뒹굴기 시작했다.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니체 사상에 심취해있던 나는 고작 파슬리를 피웠던 것이었다.


다음날 나는 머쓱해하며 스파게티를 만들어 대마, 아니 파슬리를 솔솔 뿌렸다. 그리고 친구들도 초대했다. '대마를 뿌려 그런지' 맛있다는 누군가에 농담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의 그 매캐한 연기와 스파게티의 감칠맛을 떠올려본다. 아, 나의 방황은 그런 것이었다. 언제나 지독하고, 어둡고, 고독한 사상적 방황을 꿈꿔왔지만, 그 심연에는 언제나 밝은 빛과 유희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절한 방황을 꿈꿔왔거늘, 내게 방황은 웃기고 어리숙한 것이었다. 나의 방황은 끝난 것일까. 여전히 한낮 웃음거리로 전락할 진중하고 우울함을 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시대의 가치관과 도덕, 그리고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고 싶었다. ©leewoo,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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