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베>
이슬람의 세계에는 하람이 존재한다. 하람은 이슬람의 종교적 금기를 뜻한다. 알콜을 금기시하는 것, 이것은 가장 중요한 하람 중 하나이다. 이곳 모로코 사람들은 마리화나의 엑기스라 할 수 있는 해쉬시 보다도 알콜을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건물에 사는 해쉬시 애호가에게 차라리 술을 마시는 게 어떻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는 반쯤 넋이 나간 눈으로 내게 답했다. 알콜은 이성을 흐릿하게 해 위험하다고.
파도를 바라보며 와인 한 잔 하는 나. 이곳에서 나는 위험한 짓을 하는, 이미 금기를 넘어선 인간이다. 금기를 넘어선 인간은 추방된다. 물리적 추방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형이상학적 추방이다. 나는 따돌림을 당해 자살하는 사람은 보았어도, 퇴학을 당해 자살하는 사람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넌 우리와는 달라'라는 심정적 구분보다 무서운 것은 없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애초에 이슬람 세계에, 모로코의 세계에 동화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이곳에서 언제나 나는 이방인 l'étranger 이었다.
금기뿐만이 아니다. 이미 다른 가치관, 다른 생각, 다른 색깔을 추구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추방당하게 된다. 상식의 이름으로, 관습의 이름으로, 도덕의 이름으로 추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가 이방인이 아닌 곳이 있기나 했던가. 우리에게 고향이 존재하기나 했던가. 우리에겐 안식을 취할 마음의 고향조차 없다. 내가 카뮈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극단에 선 부조리의 인간을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가오는 오월, 카뮈의 무덤을 찾아가 보려 한다. 프랑스에서도 나는 이방인일 테지.
2017년, 어느 날. 이슬람의 세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