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기록 #11
사하라로부터 불어오는 시로코*
바람결에 제 몸을 맡기는 무성한 갈대
신이 난 듯 서로를 뒤쫓는 제비 무리
비둘기는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날아오른다
때마침 떨어진 비둘기의 깃털 하나
살랑거리며 날아와 발 끝을 간지럽힌다
그 보드라움에 밀려오는 참을 수 없는 그리움
오, 포근했던 어머니의 가슴이여
오, 안락했던 아버지의 품이여
보드라움에 가슴은 미어지고
깃털은 다시 시로코에 휩쓸려 날아간다
멀어져 간다, 포근하고 안락했던 세계도
멀어져 갈수록 짙어져만 간다
코 밑 수염도, 눈가의 주름도
고독 속에 방황 중인 미숙한 이방인도
*시로코 : 사하라로부터 북아프리카와 유럽까지 불어가는 세찬 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