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성찰하다
여행을 다닐 때면 가족, 연인 혹은 친구들과 함께 온 여행자들을 마주하게 된다. 지금 머물고 있는 몽골의 거대한 호수 홉스굴에도 마찬가지이다. 이곳에 네 명의 가족이 새로 왔다. 그들은 오전에는 다 함께 카약을 탔다. 오후에는 연을 날리고 예쁘게 입고 단체사진도 찍었다. 저녁에는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저녁을 먹었다.
나는 그들 옆 테이블에서 홀로 책을 읽으며 저녁을 먹었다. 그들의 웃음 속에서 생각을 해봤다. 십 여년 동안 세계 각지를 누볐던 나의 여행은 왜 늘 저런 여유가 없었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내겐 여행은 늘 총력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낭만을 좇고 진리를 모색해야만 했다. 남들이 하지 못할 법한 경험을 하고, 낯선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책을 읽어야만 했다. 또 머릿속에 가득 찬 글을 풀어내야만 했다.
무엇을 위한 여행이었을까. 무엇을 위해 이방에서 그토록 혼자가 되길 원했던 것일까. 내겐 늘 두려움이 있었다. 익숙한 것들, 안락한 것들 속에서 그대로 굳어져버릴까 두려웠다. 어리석은 채로 성장하지 못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서는 갈증에 시달린 듯 새로운 것들을 찾아 헤맸다. 새로운 경험, 지식, 인식, 만남, 그리고 독서.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한 경이로운 시간들이었다.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보다 유연하고 지혜로운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나는 경이로운 시간 속에서 한편으로 퇴화되고 있었다. (경이 속에서 성장하긴 했던 것일까) 함께하는 것, 즉 유대와 사회성을 잃어가고 있던 것이다. 식탁에 홀로 앉아 단란한 가족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이제 새롭게 배울 것이, 추구해야 할 것이, 채워나가야 할 것이 바로 저것이 아닐까 하는. 침대에 누워 수첩에 매력적인 네 단어를 적어보았다. 친구, 동료, 가족,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