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외로움, 어색한 사랑

익숙해져 버린 외로움과 어색할 뿐인 사랑에 대하여

by 이우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가 말했다. 여자 친구와 이별했노라고. 나는 친구를 놀렸다. 그렇게 유난을 떨더니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그리고 물었다. 그래서 외롭지 않느냐고. 그는 자조가 가미된 진지함으로 답했다. 생각해보면 연애할 때도 외로웠으며, 줄곳 외로웠노라고.

그는 해외 출장 때문에 이방에 홀로 살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야기했다. 어스름이 진 낯선 도시의 밤, 아무도 자신을 모르며, 이야기할 사람 하나 없던 적막한 시간에 대하여. “그냥 딱 그때의 기분이야.” 머릿속에서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홀로 낯선 이방의 거리에서 그림자 하나와 덩그러니 남겨진 친구의 모습이. 그런 그가 무척이나 친근하게만 느껴졌다. 그건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간 고독을 멋이라 여기며, 홀로 여행을 낙으로 삼았던 나의 젊은 날의 초상이었다.

그와 아무렇지 않은 척 먹고 마셨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원래 외로웠다는 친구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친구가 홀로 있던 그 밤, 그 거리에 남겨져 있었다. 어째서 우리는 이 공간이 익숙한 것일까. 어째서 우리는 적막한 이 밤의 고독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말았던가. 우리는 어떠한 위로도 원치 않았고, 탈출구를 찾지도 않았다. 외로움은 삶의 기본 전제가 되고 말았다.

우리는 본연의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사랑을 낯설어하고, 사랑에 어색해했던 것이다. 아, 사랑 앞에서 조금 더 불편했으면 좋았을 것을. 불편을 견디지 못해 익숙함을 택하고 말았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조차 무색해져 버리는 혼자 남겨진 그 밤, 그 거리를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품처럼 그게 본연의,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오, 하지만 친구여. 그럼에도 우리 갈망하는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고, 불편 투성이인 사랑을. 그때가 되면 우리 그 밤과 그 거리를 이제는 벗어나 영영 돌아갈 수 없는 항구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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