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울

상경하고 싶은 꿈과 사랑의 도시에 대하여

by 이우

지금도 물론이거니와 서울은 내게 늘 꿈을 꾸게 하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첫 상경을 떠올려보곤 한다. 고등학생이던 나는 수업을 땡땡이치고는 버스에 올라타 서울로 향했다. 한정판 나이키 SB 덩크, 일명 ‘티파니’의 발매일이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힙스터 형 누나들과 매장 앞에서 발매를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올라가고도 거리에서 1박을 할 용기가 없던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서울을 홀로 마주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두 번째 상경은 대학생이 되어서였다. 아니 자퇴생이 되어서였다. 명문대에 가겠다며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서울로 향했다. 하지만 재수생이었던 스무 살의 나는 한창이나 들떠 있었다. 혼자서 서울이라는 도시에 산다는 건 환희 그 자체였다. 초반에는 그럭저럭 남들 하는 만큼 공부를 했지만, 어느새 나는 서울 여기저기에 있었다. 책을 읽었고 극장을 전전했다. 문장과 영화의 장면 속에서 헤엄치던 나는 결국 재수를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긴 여행 끝에 입대를 했다. 꿈에 젖어 살던 서울은 이제 안녕이겠지. 하지만 수도방위사령부에 배치가 된 나는 북악산에서 청와대를 경비하는 군인이 되었다. 다시 서울이었던 것이다. 군대에 있었지만 늘 마주하는 것은 눈부신 빌딩 숲이었다. 나는 잡을 수 없는 신기루를 마주하며 무엇에라도 홀린 듯 독서에 매진했다. 삼백 권의 책을 읽었다. 덕분에 선후임과 이렇다 할 인간관계는 전혀 쌓지 못했지만, 인생 독서량의 반할 이상을 서울에서 쌓았다.


다시 서울을 향하게 된 건 출판을 결심하게 되고서부터였다. 출판이라는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출판사의 문턱을 들락거렸고, 디자인 스튜디오도 전전했다. 절박함 끝에 오늘날 몽상가들의 조력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북디자이너와 교정교열자 이런저런 도움을 준 친구들, 그리고 책을 세상에 선보여준 서점 직원들까지도 모두 서울에 있었다(일러스트레이터만 빼고).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 사랑도 이 여정 속에서 만났다.


두 번째 출판을 했다. 또다시 서울을 헤매고 있다. 합정의 잡지 회사에서 출판 관련 강의를 들었으며, 감각을 키우겠다고 미술관을 전전했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조력자분들의 도움을 다시 한번 받았다. 꽉 막힌 테헤란로에 갇혀있을 때였다. 조수석에는 갓 나온 책이 있었고 가을 햇살은 가슴이 들 뜰만큼 싱그러웠다. 아, 세상에 이렇게 매력적인 도시가 있었던가.


세계의 유서 깊은 도시에 살아본 적도 있었다. 파리에, 도쿄에, 런던에, 베를린에, 테헤란에, 라바트에. 하지만 그 신비한 도시에서 나는 동화될 수 없었다. 내겐 이질적인 세계였고, 나는 이질적인 이방인이었기에. 그저 도시라는 물결 속에 떨어진 기름 한 방울처럼 부유했을 뿐이었다. 부유하는 건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자리는 없었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그런데 어김없는 부유 중에 문득 이 서울의 물결 속에 섞여버리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서울은 내게 여전히 꿈으로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친근하지만 금세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매력을 가진 도시. 이 신비한 도시는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게 하고 사랑도 알려주었다.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꿈과 사랑이 일렁거리는 서울. 가을 햇살에 취해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처음으로 상경의 꿈을 품어보았다. 세상을 부유하던 민들레 씨가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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