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은 코로나
마침내 국내에 코로나 확진자 수가 3천 명이 넘었다. 대한민국은 전혀 무관하다고만 여기던 코로나였다. 언론과 SNS를 통해 코로나에 시달리던 우환憂患의 비극을 지켜본 지 어언 한 달만의 일이다. 사각 프레임 안에서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지던 비극이 우리의 일이 되고 말았다. 방역복으로 무장한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이송한다. 정부 관계자는 확진자의 동선을 소독한다. 침상에서 환자들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인다. 마스크 품귀 현상에 수 천만의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활기차던 도시는 맥이 끊긴 듯 차갑게 식어간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17명이 되었다. 코로나와의 만남이 죽음에도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못지않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 경제적인 죽음이다. 확진자가 지나간 모든 경로는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소독을 실시한다. 필수불가결한 이 정부적 조치는 애석하게도 사회 경제적인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확진자들의 경로에 놓여있던 모든 점포들이 문을 닫고 있다. 경제활동이 멈춘 건 비단 그 상점뿐만 아니라, 이와 연결된 상권 자체가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
"이러다 코로나 걸려서 죽는 게 아니라 굶어 죽는 거지." 자영업을 하시는 한 분은 이렇게 말했다. 매출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말았다. 거기에 매 시간 울려대는 확진자 경보 메시지에 행여나 자신의 가게가 확진자의 경로가 아닐까 두려움에 떤다. 그마저 가게라도 닫게 된다면 모든 것이 해일처럼 밀려오게 된다. 모든 것이 타격이다. 사업자금 대출 이자, 임대료, 생계비용뿐만 아니라 직원들 월급까지. 한 달만 운영이 되지 않아도 밀려오는 파도를 감당할 수가 없다. 사업주뿐만 아니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도 생계를 잃어버리고 만다.
골목 상권뿐만이 아니다. 코로나가 스쳐간 번화가, 마트, 백화점 모두 문을 닫았다. 스치기만 해도 치명타인 것이다. 학원들은 대대적인 휴원 조치가 내려졌다. 현대 자동차 울산 공장은 확진자 발생으로 가동을 중지했다. 엔씨소프트는 자체적인 휴가 조치가 내려졌다.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적 혈류가 멈추어가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은 사정이 낫다. 재택근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과 일용직 노동자, 그리고 아르바이트 생들은 당장의 생계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소득이 줄어드니 당장의 소비도 움츠려 들고 말았다.
가장 극심하게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곳은 대구이다. 확진자만 2천 명이 넘었다. 대구시 의사회장의 표현대로 대구는 사회 경제활동이 마비되고 점점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선별 검사소는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로 넘쳐나고, 응급실은 폐쇄되고 확보된 병실마저 없어 확진자는 입원 치료 대신 자가 격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구는 움츠려들지 않았다. 전국에서 모여든 11명의 의사, 100명의 간호사, 그리고 50여 명의 간호조무사와 의료행 정진들도 대구에 도착했다. 구급차들도 연달아 대구로 향했다.
이제 대구의 상황은 전국 각지에서 재연되고 있다. 모두가 코로나에 힘겨워하고 있는 이 시점, 오직 자신만의 이득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 마스크를 사재기 해 쟁여놓고 폭리를 취하려던 일당이 적발되었다. 마스크 도매상이라고 속여 약국들에게 돈을 뜯는 신종 사기가 기승한다. 마스크라 속여 텅 빈 포장지만 파는 이들도 나타났다.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는 이제 5배 가까이 뛰었다. 뿐만 아니다. 의료진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확진자도 있고, 확진자임에도 정부 관계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거리를 활보했던 이들도 있다.
이쯤되면 대한민국 모두가 코로나에 걸린 것과 다름없다. 누구 하나 코로나와 무관한 사람이 없다. 병상에 누워있는 확진자도, 초조하게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도, 땀 흘리는 의료진도, 밤을 지새우는 정부 관계자도,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도, 사재기를 하는 사람도, 줄어든 매출에 전전긍긍하는 자영업자도, 확진자가 다녀가 문을 닫은 가게도, 원생들을 위해 휴원한 학원도,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칩거 혹은 해외 도피를 계획하는 사람도. 모두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는 이제 모두의 일이다. 다 함께 공감하며 힘을 모아 코로나를 견뎌내야 할 때이다.
instagram : @leewoo.dem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