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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Mar 09. 2020

더러운 닥터마틴

모로코 친구가 사진을 보내주었다. 오늘의 모로코. 삼 년이나 지났지만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구두닦이 할아버지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홀로 카페에서 글을 쓰다 집으로 가는 길이면 늘 그에게 찾아갔다. 멍하니 있다가 나를 발견하면 아이처럼 미소 지으며 못 알아듣는 아랍어로 이것저것 물으며 반겨주던 할아버지. 단 돈 오백 원, 그는 꼼꼼한 손길로 먼지투성이의 닥터마틴을 불광까지 내며 새것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덕분이었다. 먼 이방에서 외롭고 지친 하루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늘 경쾌했다. 새신을 신은 것처럼. 오늘은 눈이 많이 왔다. 집에 돌아왔지만 닥터마틴은 눈과 뒤섞인 흙먼지에 얼룩져 엉망이었다. 침대에 누워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어딘가 엉망인 것 같아요 할아버지. 저는 내일도 얼룩진 신발을 그대로 신을 테니까요. 할아버지도 혹시 누굴 기다리지는 않나요. 잘 지내세요. 인샤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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